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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칼럼>북한은 쿠바경험 배워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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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구상에 남아있는 사회주의 국가로 북한과 쿠바를 꼽는다.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택함으로써 사회주의의 한계를 논할 때 이미 열외(列外)가 되고 있다.
쿠바 수도 아바나의 관문 호세 마르티공항을 들어서면 바로 눈에 띄는 것이 휴대용전화 선전간판이다.37년간 카스트로 1인통치 아래 철저히 통제돼 온 쿠바지만 개방이 안된 나라는 아니다.여행객들에겐 미국달러가 통용되고 CNN방송과 미 국 케이블TV도 청취가능하다.
지난 봄 쿠바난민들을 태운 미국민항기 격추 사건후 미 의회는서방기업인들의 쿠바사업을 규제하는 헬름스-버튼 법안을 통과시켰고 클린턴대통령은 법안에 서명한 바 있다.그러나 캐나다와 독일.프랑스등 우방들의 반발에 부닥쳐 발효 시점을 6개월 늦춰놓고있다.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는 35년전으로 거슬러올라가지만 유럽국가들과의 장사는 계속되어 나름대로 생존하는 법을 터득한 쿠바다.옛 소련 붕괴이후 경제적 타격이 막심해 90년부터4년동안 경제규모는 40%나 감소했다.카스트로는 불가 피하게 부분적 개혁을 시도했고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쿠바의 개혁작업은 관광부문에서 두드러진다.아바나에서 자동차로 두시간 거리인 해안도시 바라데로는 서방에 잘 알려진 휴양지다.쿠바정부는 이 지역을 유럽기업들에 팔아 대규모 관 광단지 조성사업을 한창 진행중이다.작년 한 해 관광수입만 70억달러에 달했다고 하니 쿠바가 경제난국속에 관광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것도 이해가간다. 종합적 경제개혁은 사업가로 성공한 공산당 간부 카를로스라헤가 주도하고 있다.올해 44세의 라헤는 카스트로의 신임 아래 각종 개혁을 선도하고 있고 이를 위해 각 나라를 순방하며 성공사례를 취합했다.
올해로 70세를 맞은 카스트로의 내일이 불확실하고 미국의 경제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쿠바의 미래를 밝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쿠바 지도부는 부분적이나마 개혁에서 생존의 길을 찾고 있다. 쿠바는 라헤와 같이 개혁 의미를 아는 후계자를 키우고 있으며 서방세계와의 접촉 확대만이 살 길임을 깨닫고 있는 나라다.유럽의 기업들을 동원해 미국의 대(對)쿠바 제재효과를 상쇄하는 방법도 터득하고 있다.
북한은 이달말 북한식 개방의 시험대인 나진.선봉지역 홍보를 위해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출구(出口)없는 「우리식 사회주의」를 부둥켜 안고 고민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쿠바의 경험에서라도 배울 점을 찾아야 할 모양이다.물론 생존에는 왕도(王道)란 없지만 말이다.
(아바나에서)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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