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선거비용 實査 흐지부지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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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국에 걸쳐 4.15 총선 비용에 대한 예비조사가 진행 중이다. 총선 한달 후인 15일부터 공식 착수되는 선거비용 회계보고 실사를 앞두고서다. 지역 선관위가 사조직을 동원했는지, 기부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따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선자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한다. 제한액의 0.5% 이상을 더 쓰거나 회계보고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마침내는 중앙당 차원에서 "교회 헌금이나 후보자의 사적인 활동까지 선관위가 파고들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당 차원에서 법률구조단 등을 앞세워 개입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불평에도 불구하고 선거비용 실사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선거 때 적지 않은 접전지역에서 막판에 금품살포.향응제공.군중동원의 논란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따라서 당선자를 중심으로 제대로 비용을 알리지 않고 숨기거나 허위로 신고한 후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선관위는 새로 부여된 '금융거래자료제출요구권'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제기된 의혹을 추궁해야 한다. 헌금 시비 역시 후보자가 평소 다니던 종교시설이 아닌 다른 곳에 돈을 주었으면 법에서는 기부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당선자들은 물론 중앙당에서도 선거비용 실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선관위는 꼼꼼한 실사로 적발한 위법 비용을 모두 선거비용에 합산해야 한다. 그래서 '돈을 쓰면 당선돼도 헛일이며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인식이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불법이 흐지부지되면 정치개혁은 공염불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 후 처리는 우리 정치가 계속 발전할 수 있을지를 가리는 중요한 고비다.

마침 6월 5일에는 공석 중인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뽑는 재.보선이 실시된다. 4.15 총선 뒤처리가 엄정하게 진행되는 것을 재.보선 후보들이 눈으로 보면 이번 선거에서는 막판 혼탁마저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