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올림픽] 전략없이 출전, 건국 후 첫 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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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대한민국에 첫 올림픽 메달을 선사한 선수는 1948년 런던 대회 역도 미들급에 출전했던 김성집(85)옹이다. 당시 28세의 휘문고 체육교사였던 그는 추상(이후 없어짐).인상.용상 합계 380㎏을 들어올려 동메달을 땄다.

김옹은 "우리 임원들이 대회 관례에 미숙해 선수들이 들어올릴 무게를 미리 정해 적어내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고 회고한다. 통상 경쟁자들의 기록을 보면서 세차례 시도에 도전하는데, 당시 선수단엔 그런 작전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불과 1.5㎏ 차이로 미국 선수가 은메달을 가져가는 걸 바라봐야 했다.

김옹은 52년 헬싱키대회에서도 동메달을 땄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대접'은 늦은 편이다. 그를 포함해 초기 메달리스트들은 포상을 전혀 받지 못하다가 75년 국제대회 입상자들을 대상으로 한 '경기력 향상 연구 연금'이 마련되면서 수령자에 포함됐다.

김옹은 "올림픽에 입상했다고 해서 정부에서 밥 한끼 대접하지 않은 시절"이었다고 술회하면서도 "나라가 어려운 때 순수한 마음으로 애국한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76년부터 18년간 태릉선수촌장을 역임했고, 퇴임 후엔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 등을 지냈다. 스포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공로 트로피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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