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나 아는 이들은 우리 집을 ‘다산이네’라고 부르지 ‘창수네’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이름이라는 것은 원래 남이 불러줄 때만 의미를 갖습니다. ‘다산이네’ 하는 것은 집에서 저의 존재가 다산이만 못하다는 걸 뜻합니다. 게다가 내 밥보다 다산이 밥을 더 챙기는 마누라를 볼 때는 내 잘못이 크다 해도 그 참담함이 더합니다. 다산이는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능력이 뛰어난 개입니다. 과자라도 하나 손에 들고 있으면 우아함과 비굴함, 고매함과 처량함을 적절히 섞어 과자뿐 아니라 마음까지 제 앞에 내려놓게 만듭니다. 사람의 마음을 요리조리 들었다 놨다 합니다.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도회지에서 ‘예삐’ ‘뽀삐’ ‘해피’ 등으로 불리는 ‘견’들을 키우는 집에 사는 아저씨들은 무고하신지요. 저처럼 그 ‘견’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이나 소외감은 없으신지요. 혹 저만 그런 건가요?
‘개만큼만 하면 성불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본래의 진실한 마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개 같은 마음으로 살아갑시다, 사람들이여.
농사꾼 사진가 이창수씨가 사진 이야기를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