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집값 더 떨어져야 동산 거래 살아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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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주택거래신고제가 정말 무서운 모양이다. 초강력 투기처방으로 불렸던 지난해 10.29 대책에도 떨어질 줄 모르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이 주택거래신고제 시행 이후 거래가 뚝 끊기면서 가격도 하락세다. 싸게 내놓아도 살 사람이 없으니 값은 내릴 수밖에 없다.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잠실 저밀도지구 아파트는 최근 3000만~4000만원가량 하락했다. 호재가 별로 없었던 일반 단지의 경우 이보다 더 내렸다.

주택거래신고제 시행에 따른 일시적 충격인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파급효과가 큰 것만은 사실이다. 거래신고제 시행으로 구매수요가 대폭 감소한데다 양도세를 매기는 잣대로 사용되는 기준시가까지 많이 올라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한 때문이다.

기준시가를 올리면 오히려 집값이 뛰었던 그동안의 모습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부동산시장의 형편이 얼마나 좋지 않은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집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정부를 비난하는 강도가 높다. 가뜩이나 내수경기가 침체돼 야단인데 전반적인 경기를 떠받쳐온 부동산시장마저 죽이면 어떻게 하느냐고 목소리를 올린다.

하지만 집값도 오를 때가 있으면 내릴 때도 있는 법 아닌가. 최근 좀 떨어진 것 갖고 너무 흥분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당사자들이야 기분좋을 리 없겠지만 국가 경제 차원에서 볼 때 더 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값은 최근 3~4년 사이 대개 두서너배 올랐다. 서울 강남권은 그렇다 치고 경기도 분당 주상복합아파트도 분양가 대비 두 배 이상 오른 곳이 한두 단지가 아니다. 분양가를 높게 매긴 새 아파트가 이럴진대 기존 헌 아파트의 상승폭은 얼마나 되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최근 떨어진 가격은 얼마나 되나. 외환위기 직전 2억원이던 잠실권 재건축 아파트가 6억원을 호가하고 있는데 최근 4000만원 정도 빠졌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엄살 수준을 넘어선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동안 오른 금액을 생각하면 요즘 하락한 규모는 아무 것도 아니다. 유엔 해비탯보고서에서도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 도쿄보다 서울 집값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도 2001년 기준으로 계산한 내용이니 지금 수준으로 보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이 분석을 뒤집어 보면 우리의 집값은 더 떨어져야 한다는 것을 담고 있다.

한꺼번에 집값이 대폭 떨어지는 사태는 막아야 하지만 지금보다 더 내려야 오히려 거래가 촉진돼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이 고비를 넘기면 부동산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 것이라는 얘기다.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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