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조지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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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성격이 대조적인 두 자매의 이야기는 영화에서 흔한 소재다.사랑과 미움이 복합된 둘의 애증관계는 대부분 한 남성을 둘러싸고전개된다.이 과정에서 극적 성격이 강렬하고 인간적인 어느 한 쪽이 은근히 부각된다.관객은 대개 그 쪽을 편들면 서 영화에 몰입되게 마련.
그러나 7일 개봉되는 『조지아』는 이같은 공식을 깬 객관적이고 리얼한 연출로 흔한 소재를 흔치 않게 가공해 낸 수작이다.
언니 조지아(메어 위닝햄)는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바탕으로 컨트리가수로 성공하고 좋은 남편을 만나 행복한 가정 을 꾸린 반면 동생 세이디(제니퍼 제이슨 리)는 3류밴드를 전전하는 불우한 로커 지망생.스타의 꿈은 높지만 재능이 없는 자신을 마약 및 남성편력,그리고 언니에 대한 투정으로 달랜다.영화는 척력과인력을 반복하는 둘의 긴장관계를 섬세 하게 파고들면서 욕망과 현실의 불일치에 고통받는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공감대는 동생의 격렬한 캐릭터에 상대적으로 가려진 언니를제목으로 선택할 만큼 균형과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울루 글루스바드 감독의 연출과 자의식 과잉의 3류가수를 폭발적으로 그려 내는 배우 제니퍼 제이슨 리의 연기에 크게 힘입고 있다.다만 미욱스러우리만큼 진지한 연출탓에 분위기가 약간 어둡고 늘어지는 게 흠.돌연 표준속도를 높여 자매의 화해로 결말짓는 후반부가 뒷심이 약하다는 인상도 준다.그러나 조지아와 함께 무대에 선 세이디가 언니의 달콤한 노래에 이어 밴 모리슨의 『테이크 미 백』을 고통과 환희가 범벅된 표정으로 8분30초 동안 절규하는장면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삶의 진실이 느껴지는 압권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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