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화유산탐방>2.영국 스톤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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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런던에서 서쪽으로 1백㎞가량 달리다 보면 밀과 옥수수밭이 군데군데 자리한 끝없는 초원이 펼쳐진다.눈이 미치는 곳까지 멀리뻗어있는 지평선을 배경으로 이따금 양떼나 말.소들이 풀을 뜯고있기도 하다.윌트셔지방의 솔즈베리 평원이다.
한가롭기 그지없는 영국의 전형적인 전원 풍경은 이 벌판 한가운데 자리한 스톤헨지 앞에서 전혀 다른느낌으로 다가온다.거기에는 4천년전에 세워진 거대한 돌들이 거센 바람속에 우뚝 서있다.그 신비를 벗기려는 인간의 온갖 노력도 못본듯 완고하게 버티고 서있는 듯하다.
국도 아래로 난 계단을 따라 오르면 사방에서 불어대는 바람에잠시 방향을 잃을 정도.발목을 덮는 풀밭을 헤치며 돌기둥에 가까이 다가설수록 타임머신을 탄 듯한 야릇한 기분에 젖는다.수세기동안 비바람에 씻기고 파괴돼 기묘한 모양을 연 출하고 있지만4천년전 연장으로 깎인 흔적을 볼 수 있다.지름 60의 원을 그리고 서있는 돌기둥 위로 가로로 또 다른 돌들이 얹혀 있다.
최고 높이 세워진 돌기둥은 7에 달하며 최대 무게는 50에 이른다.돌기둥들은 하나같이 중앙이 약 간 불룩하게 나와있다.군데군데 쓰러져 있는 돌들도 눈에 띈다.돌무더기 주위로 밧줄을 쳐놓아 손으로 만져볼 수는 없다.
스톤헨지를 둘러싼 신비스런 분위기는 그 역사 만큼이나 오랫동안 사람들을 잡아 끌었다.마술사의 사당.태양의 신전.왕궁.외계인의 지구기지.선사시대 천체 관측소.컴퓨터실등 온갖 가설들이 제시됐다.
최근까지 과학이 밝혀낸 사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탄소-14 측정 방법에 의해 밝혀진 스톤헨지의 연대는 기원전 2750년께다.이로부터 1천년동안 3단계에 걸쳐 건설됐다고 한다. 스톤헨지의 수수께끼중 하나가 이 거대한 돌들을 어디에서 운반해 왔는가였다.사방 수십㎞내에는 그처럼 큰 석재가 나올만한 곳이 없다.
웨일스지방 서남부의 프리셀리 산맥에서는 스톤헨지 돌들과 암석구성이 동일한 블루스톤이라는 청회색 사암이 지금도 발견된다.
이곳에서부터 썰매와 뗏목을 이용해 3백90㎞나 떨어진 솔즈베리까지 옮겨온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학자들은 남부 웨일스지방과 브리스틀 해협의 파도를 헤치며 수로와 육로를 번갈아 가며 옮겨졌을 것으로 보고있다.빙하기에 빙하를 이용 해 운반한 것으로도 추정한다.이 돌은 영국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교역된 점을 들어 특별하고도 신성한 가치가 부여돼 있었던 것으로 본다.
거석은 지레받침대와 밧줄을 이용해 세워졌을 것이다.그렇다고 해도 이 석조물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 하 는데 대해서는 만족할 만한 해답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학자들간 대체로 일치하는 견해는 치밀한 건축술로 축조된 천체관측소와 신전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선사시대 유사한 구조물들의 경우와 달리 스톤헨지에서는 도자기 파편이나 음식물 찌꺼기등 사람이 살았던 유적지에서 발견되는 유물 은 출토되지 않고 있다.
스톤헨지가 특별한 행사때만 모이는 신성한 장소였을 것이라는 말이다. 스톤헨지의 중요한 돌들이 하지(夏至)에 해가 뜨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학자들은 스톤헨지에서 해와 달을 관측하고 간단한 달력을 만들어 추수시기와 축제기간을 정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식과 월식 역시 스톤헨지에서 예측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현대과학과 수많은 가설에도 불구하고 스톤헨지는 아직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남아있다.
▶가는길=런던 워털루에서 솔즈베리역까지 1시간 간격으로 기차가 운행되며 1시간20분정도 걸린다.런던 시내에서는 스톤헨지 버스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많아 호텔 프런트에서 쉽게 안내받을 수 있다.
솔즈베리역에서 스톤헨지까지는 16㎞정도.영국 명물 2층 버스가 수시로 운행한다.스톤헨지 입장료는 어른 3.5파운드(약 4천5백원).입장할 때 영어.독어.일어등으로 스톤헨지 해설이 나오는 녹음기를 빌려준다.
스톤헨지 여행의 기점이 되는 솔즈베리는 잉글랜드에서 가장 높은 대성당이 자리한 조용하고 차분한 도시.잔디와 나무사이로 솟아있는 1백20높이의 첨탑은 파란 하늘아래 평화롭게만 보이며 에이번강이 도심의 낭만을 더하는 것같다.
솔즈베리(영국)=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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