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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한자 영문 발음기호 중국과 ‘통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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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만의 한자 발음기호가 중국과 같아진다. 최근 들어 정치·경제 분야 교류를 강화하고 있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이 언어와 문화를 통합하는 첫걸음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만 행정원은 최근 영어로 표기한 한자 발음기호를 중국이 사용하고 있는 한어(漢語)병음 방식으로 모두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홍콩의 명보(明報)가 1일 보도했다. 행정원 관계자는 “같은 한자음을 놓고 양안의 표기방식이 달라 혼란이 있어 경제적 손실이 크기 때문에 통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어가 아닌 대만식 한자 발음기호인 주음부호(注音符號)는 그대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만인이 주음부호보다는 영어식 발음기호를 선호하고 있어 주음부호도 곧 사라질 전망이다.

행정원은 내년부터 대만 전역의 표지판부터 한어병음식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에 대해 야당인 민진당(民進黨) 문화선전부 정원찬(鄭文澯) 주임은 “마잉주(馬英九) 정부가 사실상 중국과 언어·문화 통일을 이뤄 중국이 주장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받아들이는 매우 위험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거리표지판과 행정서류를 모두 바꾸는 데는 70억 대만 달러(약 2591억원)의 예산이 들어 손실이 크다”고 주장했다.

대만식 발음기호는 한어병음의 ‘Q, X, Zh’ 대신 ‘Ci, Si, Jh’ 등을 각각 사용하는 등 절반 이상의 표기 방식이 다르다. 예컨대 대만의 경우 중국에서는 ‘Taiwan’, 대만에서는 ‘Taiuan’으로 적는다. 그러나 대만이 표기 방식을 바꾸면 ‘Taiwan’으로 통일된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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