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감 증인채택이 기업 협박 수단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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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다음주 국회 국정감사(국감)를 앞두고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국감은 의회가 정부를 감시하는 장치이기에 공무원들이 긴장해야 맞다. 그런데 엉뚱하게 민간기업들이 떨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기업을 떨게 만드는 고리는 증인 채택이다. 국회가 국감에 필요한 증인을 부를 수 있는 권한은 헌법이 보장한다. 국정 전반을 광범하고 확실하게 점검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에서 권한은 매우 포괄적이다. 피감대상인 정부 기관의 공무원만 아니라 필요할 경우 민간인들도 부를 수 있다. 필요한지 여부는 국회의원들이 결정한다. 출석하지 않을 경우 증인에 대한 처벌도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엄중하다.

기업인들이 지엄한 헌법의 부름을 꺼리는 까닭은 국감 현장이 개인이나 기업 차원에서 큰 불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국감은 수모와 굴욕의 체험이다. 하루 종일 기다리다가 회의장에 불려 들어가선 의원들의 터무니없는 호통에 혼쭐나야 한다. 회사는 무슨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쳐 브랜드 이미지에 먹칠을 한다.

현실이 그렇다 보니 국감 증인채택이란 민주적 장치가 국회의원들의 기업 협박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의원들이 증인채택이란 권력을 맘대로 휘둘러 기업으로부터 사리사욕을 챙기기에 이르렀다. 노골적으로 후원금을 요구하고 인사 청탁을 하는 의원·보좌관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유신으로 폐기됐던 국감 제도가 1988년 민주화로 부활할 당시엔 민주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국감은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권한을 부여 받았다. 민주적 제도로서 모자람이 없다. 그러나 제도를 운영하는 국회의원들이 권한을 남용함으로써 제도 자체가 비난을 받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의원들이 취지에 맞게 제도를 선용하는 길이 최선의 대안이다. 국회 스스로가 개선하지 못할 경우 아예 국감이란 비정상적인 비대 권력을 폐지해야 한다. 정상적인 정책감사는 상임위를 통해 가능하다. 국회를 상설화하고, 소위가 청문회 활동을 활발히 하면 충분히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