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보신'극성 토종동식물 受難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한국인들의 무분별한 보신관광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앞으로도 한국인의 해외보신관광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아 동물애호가의 한사람으로서 심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우리나라에 뿌리깊게 내려오는 「몸보신 문화」가 하루 이틀에 사라 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특히 정력에 좋다면 물불을 가리지않는 한국인의 습성은 이미 미얀마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야생곰 밀도살사건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며 이제 한반도에 사는 토종 동식물들이 멸종위기에까지 이르게된 직접적인 동기로 작용하고있다. 이때문에 사라져가는 동식물을 보자.한때 우리나라에 지천으로 널려있던 두꺼비는 강심제로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마구 남획돼 우리 산하에서는 어느새 보기드문 파충류가 돼 버렸다.
또 꼬리치레도롱뇽도 신경통.요통에 각별한 약효를 인정받아서인지 봄철만 되면 약용으로 남획되며,구렁이등 뱀류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민통선 지역까지 민간인들이 들어가 구렁이를 포획,전국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능구렁이도 생사탕의 원료로 높은 값에 거래되며 멸종의 길로 치닫고 있다.장수풍뎅이가 그 애벌레를 볶아서 기름으로 복용하면간암과 간경화에 좋다고 해 멸종위기를 맞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자기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식의 인간들의 이기심이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선진국민으로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선진국들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법률인 워싱턴협약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희귀동물을 보호하고 있다.한국도 워싱턴협약에가입,코뿔소.호랑이.곰등 희귀동물들을 불법거래한 개인이나 사업주를 형사처벌하는 규정까지 뒀다.또 희귀동식물의 국내거래및 수출입때엔 지방환경청장의 승인을 받도록 했고,전국세관엔 이들 희귀동물들을 명시한 식별법까지 비치해 놓고 있다.그래도 불법은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워싱턴협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선진국들의 무차별적인 무역압력을 받을 우려가 있어 규정만 세워놓고 단속등은 형식에 그치기 때문이다.보다 강력하면서도 지속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동물보호.환경보호엔 너와 내가 따로 없다.우 리의 자손들을 위해 우리 스스로가 앞장서야 한다.점차 사라져가는 우리의 동식물은 바로 우리의 분신이자 우리의 가족인 것이다.
진정한 선진국민이 되는 길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며 새삼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동식물은 없는지 한번쯤 눈여겨볼 필요가있다.
윤신근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