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실망스러운 이인제 의원의 구인 저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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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인제 자민련 의원에 대한 검찰의 강제 구인에 반대하는 李의원 지지자들이 그제 밤부터 충남 논산의 지구당 사무실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치는 등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현지에 내려간 검찰 수사관들이 법 집행을 미루고 있다고 한다.

李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측에서 불법 자금을 건네받은 혐의로 그동안 수차례 검찰의 출두 요구를 받았으나 이에 불응해오다 법원에 의해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상태다. 정당한 법 절차를 거쳐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상 이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더구나 李의원은 법을 잘 아는 판사 출신이 아닌가. 그런데도 '정치적 탄압'이니 '표적 수사'니 하면서 지지자들이나 바리케이드 뒤로 숨으려 한다면 이는 당당한 모습이 아니다.

지지자들의 충정을 이해한다 해도 극단적인 시위 행태는 당장 중지해야 한다. 물론 자민련 당원들로서는 지난 총선 결과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여기에 김종필 전 총재까지 수사 대상에 오른 상황이어서 그 심경을 짐작할 만하다. 그렇다고 한때는 지구당사 앞에 가스통과 석유통까지 갖다놓고 과격한 시위를 벌였으니 누가 이에 공감하겠는가. 특히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李의원은 자신의 지지자들이 이런 과격한 시위나 불법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설득했어야 한다.

이번 검찰 수사와 관련해 李의원 측에서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것도 문제다. 李의원 지지자들이 "검찰이 충청도 정치인을 말살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진행된 불법 대선자금 수사는 한나라당과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가 대상이었다. 그 수사 과정에서 李의원의 혐의가 드러났음은 그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 같은 주장을 계속 편다면 지역주의에 기대 법의 심판을 피하려 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李의원이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지지자들에게 농성을 풀게 하고 스스로 검찰 조사에 응해야 한다. 혐의가 없다면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밝히는 게 옳은 태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