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어린이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나는 사소한 일에 흥분하는가.

오랜만에 부모님과 찾은
음식점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끊이지 않는 휴대전화 소음.

부모 손에 이끌려 온
무료한 꼬마 아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온갖 벨소리를 실험한다.
부모 귀엔 감미로운 음악인가.

나는 사소한 일에 화를 내는가.

약속 장소로 가는 지하철,
꼬까신 신고 나들이 나선
어린아이,
창밖의 세상이 궁금한지
신발로 의자를 밟고 디뎌 섰다.

의자에 새겨진 발자국에도
아이의 호기심이 어여쁘다며
엄마의 얼굴엔 함박웃음.

나는 사소한 일에 짜증내는가.

몇년 만에 친구들과 모인
패밀리 레스토랑.
고성을 지르며
탁자 사이를 뛰어다니는
한 무리의 아이들.

우리의 오붓한 대화도
여유있는 저녁도 망쳤지만,
아이들의 부모는
지치지 않는 건강한
아이의 모습에
오히려 행복해하는 표정.

아마도 오늘밤
그런 아이들의 엄마 아빠는
아이를 안고 책을 읽으며
에티켓을 가르치고나 있을까.

그렇지만 예절과 질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몸으로 배우는 것.
부모의 모습을 거울삼아
가르치지 않아도
몸에 배는 것.

*'어린이는 예절과 질서를 지키며 서로 돕고 스스로 책임을 다하는 민주시민으로 길러야 한다'(대한민국 어린이헌장 6조). 5일은 소파 방정환 선생이 제정한 어린이날이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