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득표 못한 92년大選후보의 국고체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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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2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4명의 후보가 국고(國庫)에서 지출된 방송연설비용등을 아직도 갚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그들의 도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중앙선관위와 국세청등에 따르면 관련액수만도 모두 9억7천7백90만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들이 이처럼 국고지원금을 체납하게 된 것은 해당후보들이 개표결과 유효득표율 10%를 얻지 못해 기탁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은 물론 부족액이 발생했기 때문이다.이종찬(李鍾贊)후보의 경우 중도사퇴했지만 사퇴전까지 기탁금 부족액이 1억 9천만원에 달했다. 31일 각 후보측은 김옥선(金玉仙)씨를 제외하곤 본지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모두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신한국당 박찬종(朴燦鍾)고문측은 『곧 갚기위해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했다.현재 국민회의 부총재로 해외출장중인 이종찬전의원의 한 측근은 『관련사실을 알고있다』고 했다.또 현재 통일문제연구소장으로 있는 백기완(白基玩)후보측도 『93년 에 독촉장을받았다』며 『아직 해결이 안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다만 지방출장중인 김옥선씨측만 『정확한 상황을 알아보겠다』고 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4년동안 공인인 정치인들이 나랏돈을 갚지않을 수 있었을까.여기에는 그럴만한 속사정이 있다.
우선 선관위와 국세청간에 환수를 둘러싼 작은 책임공방이 일조했다.선관위측은 『국세체납처분 규정에 따라 국세청에 환수 협조를 요청했다』고 했다.그러나 국세청측은 『선거법에 따라 체납된만큼 환수 책임은 선관위가 져야한다』고 했다.이 런 상태가 지금까지 유지된 셈이다.
여기에 정당후보였던 朴고문과 李부총재측은 정당간의 미묘한 이해관계까지 얽혔다.정당후보의 경우 일차 변제 책임은 소속정당이지게돼 있다.그러나 당시 신정당후보였던 朴고문은 이후 국민당과통합,신민당을 만든뒤 이 신민당이 자민련과 재 통합했다.李부총재의 새한국당은 민주당과 통합했다.
때문에 정당으로 보면 자민련과 민주당이 변제의 주체로 돼있다.정당이 통합될 경우 채권.채무도 승계된다는 규정 때문이다.
그러나 자민련과 민주당측은 『당 소속도 아닌데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뛰고있다.특히 자민련은 『신민당과 통합당시 박찬종 전의원의 채무는 승계하지 않는다는 각서가 있다』고도 주장했다.어쨌든 15대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4년전의 국고지원금이 아직도 환수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후보 본인이나 소속정당이 너무 무책임했기 때문이 아니냐는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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