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總聯사태 관련 연세大 인문관 연구실도 쑥대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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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1일 오전 인문관 6층 자신의 연구실에 5일여만에 들어간 사회학과 전병재(全炳梓)교수는 눈앞에 펼쳐진 장면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강의자료와 연구업적이 담긴 컴퓨터 디스켓이 아무렇게나 바닥에 뒹굴고 프로젝트별로 분류해 둔 자료카드 도 모두 섞여 엉망이 돼있었기 때문이다.
『인문관은 별 피해가 없다고 해 마음놓고 있었는데 평생을 연구한 모든 것이 들어있던 컴퓨터가 망가져 버렸으니….』 9일간계속된 한총련 소속 학생들의 농성중 무풍지대로 알려져온 문과대인문관의 피해도 엄청난 것으로 밝혀졌다.
인문관은 불타버린 종합관과 복도로 연결돼 농성중인 학생들이 수시로 드나들던 곳.인문관 5,6층에 위치한 50여개 교수연구실중 절반 가량이 이번 사태로 파손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수실마다 응접세트.책상등은 바리케이드로 사용된 듯 사라졌고바닥에는 서고에서 마구 꺼낸 책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특히강의노트및 연구업적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교수들은 2학기 강의가불가능한 실정이라며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한 교수는 『73년부터 연세대에서 근무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학생들의 시위가 끝없이 계속되던 5,6공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측은 이번 사태로 1백여억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추정하고 있다.불타버린 종합관을 보수하는데만 50여억원이 드는 것을 비롯해 피해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이과대 건물을 합치면 그정도는 충분히 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연세대는 백광현(白光鉉)변호사에게 의뢰,한총련과 국가를 상대로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중이다.
김준현.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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