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부도豫感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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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차 부도를 간신히 막고 최종부도 전에 활로를 찾으려는 중견건설업체 건영(建榮)의 움직임은 가위 필사적이다.옆에서 보기에도 아슬아슬하니 당사자들의 심정이야 오죽할까.우성(宇成)에 이어 또 하나의 견실한 기업의 만가(挽歌)가 나오 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두고 볼 수밖에 없다.
기업은 부도나 도산(倒産)의 최후순간까지 그것을 숨기려 한다.때문에 제3자의 눈에는 그것이 갑자기 찾아온 것으로 비쳐진다.물론 주변환경의 돌연한 변화로 인한 갑작스런 도산도 있다.그러나 대부분은 오랜 시일동안 누적돼온 잘못된 경영 이 어느날 갑자기 표면에 떠오르는 것이 보통이다.따라서 평소에는 부도위기를 못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만약 평소에 부도나 도산을 예감할 수 있다면 파국을 예방하는데 얼마나 좋을까.그래서 경영학에서는 부도징후를 여러가지로 설명한다.우리는 지난 한햇동안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툭하면 경영인이 자살하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그래서 부도징 후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다.이 연구는 거래선의 징후를 진단하고,아울러 자기 내부를 반성하는 항목들이 대부분이다.몇가지 최신이론을 소개한다. 우선 명문 제과업체인 해태에서 정리한 부도징후 체크항목12가지 가운데 독특한 세가지만 들어 본다.①사업자 등록증에 명의인이 다수인 동업체.→이런 업체는 문제 발생시 서로 책임회피할 염려가 있다.②대표자의 주거가 일정하지 않고 생활환경이 불안정한 업체.→사생활이 복잡한 대표가 경영을 제대로 할리가 있겠는가.③대금결제방법이 불분명한 업체.→결제방법이 일정치 않고 기일을 엄수하지 않는 기업은 이미 부도의 가능성을 내비치고있는 것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신유근(愼侑根)교수의 진단은 좀더 포괄적이고,또 지극히 한국적이다.기업의 10대 실패요인 가운데▶족벌경영의 심화▶정부와의 관계악화 등이 어엿하게 한 항목씩 차지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성공하려는 기업들은 이들 부도징후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으면 되겠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인가.오히려 역설적인 「머피의 법칙」 가운데 한가지라도 명심하는 것이 좋겠다.「고객을 위한 서류작성은 돈벌이가 되지만 회사의 서류작성은 낭비가 된다」(형식주의에 대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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