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희칼럼>올림픽 메달의 質이문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올림픽 경기는 개인이나 팀간에 벌어지는 것이며 국가간에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못박은 올림픽헌장 제9조의 정신은 당초부터 사문화(死文化)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었다.대회규모가 커지고 인류의 제전으로 자리잡히자 올림픽은 국위선양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그 파급효과가 커지면서 이 규정은 무의미해졌다.1952년 소련이 3백81명의 대규모 선수단을 헬싱키대회에파견한 것을 계기로 미.소의 메달경쟁은 첨예화됐다.40년만에 올림픽에 복귀한 소련은 대회초반 체 조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여 주목을 끌었으나 결국 육상.수영에서 미국을 따라잡지 못했다.메달집계에서 미국은 금40.은20.동16개로 금22.은28.
동14개의 소련을 크게 앞질렀다.대회가 끝난뒤 소련은 프라우다지를 통해 『가장 많은 메달과 가장 좋은 점수로 종합우승했다』고 보도했다가 다시『미국과 소련은 4백94점씩을 따내 공동우승했다』고 공식발표했다.채점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과열경쟁이 빚은 웃지못할 해프닝이었다.
한국선수단은 이번 귀국후 애틀랜타올림픽 순위는 10위가 아닌8위였다고 정정발표하고 그 근거로 금메달 위주의 계산방식 대신메달전체를 기준으로 한 미국 각 유력지의 종합순위표를 제시했다.물론 올림픽에서의 종합순위는 공식적으로 인정 하지 않지만 매스컴의 서비스라는 형식으로 순위를 매기는 관례는 남아있다.한국이 종래 금메달 중심의 방식으로 순위를 발표했다가 뒤늦게 유리한(?) 쪽으로 옮겨앉은 것은 어딘가 치졸한 느낌이 든다.당초과욕으로 인한 주먹구구식 예상과는 큰 폭의 차이를 보였으나 1백97개 국가및 지역 가운데 10위라는 성적은 대단한 결과다.
이탈리아의 유력경제지인 「24시간의 태양」은 애틀랜타 올림픽의각국 메달수와 국력의 함수관계를 분석한 흥미있는 기사를 실었다.이 신문에 따르면 메달을 획득한 79개 국가및 지역의 국내총생산(GDP)을 총메달수인 8백42로 나누면 메달 한개당 코스트는 2백5억달러가 된다.따라서 GDP에 의한 각국의 적정메달수는 독일이 68개(실제는 65개),프랑스가 48개(37),캐나다가 21개(22)로 메달획득수가 나라의 풍요도(국력)와 거의 비례하고 있으며 러시아(63).중국(50)등은 효율적으로 메달을 딴 것으로 분석했다.그러나 한국은 GDP비례로 10개가적정수준인데 실제로는 27개로 크게 기준을 상회하고 있으며,일본은 1백42개인데 반해 10분의1인 14개에 그쳐 메달 하나에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른 나라라고 지적했다.스포츠수준이 국력을 앞선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한국은 84년 LA에서 애틀랜타까지 네번의 올림픽을 치르면서 4~ 10위를 유지하는 놀라운 스포츠강국으로 떠올랐다.따라서 새삼스러운 과욕은 금물이다.이 스포츠강국에 아쉬운 것은 기본종목의 불모성(不毛性)이지 10위에서 8위 운운하는 잔재주가 아니다.스포츠강국의 신화를 창조한 그 정열과 슬기를 육상 .수영등 기본종목 육성에 접목시켜 메달의 질을 바꾸는 작업에 전념할 때다.
〈KOC위원.前언론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