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선거비용 실사결과 발표에정치권 초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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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상당히 골치 아프게 됐다.』신한국당 서청원(徐淸源)총무는 18일 잔뜩 어두운 표정이었다.이날 徐총무를 고민에 빠뜨린 것은 중앙선관위가 예보한 총선 선거비용 실사결과 발표.초읽기에 들어간 선관위의 4.11총선 선거비용 실사결과 발표가 정치권을긴장케하고 있는 것이다.특히 고발 대상에 『상당수의 의원도 포함돼있다』는 대목에 여야정당들은 신경을 곤두세운다.
특히 선관위측은 이번 실사작업을 통해 선거운동과정에서 후보들의 자원봉사자 수당 지급.선거사무원 수당 초과지급등의 사실도 밝혀낸 것으로 알려져 후보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신한국당은 16일과 17일 이홍구(李洪九)대표 주재로 열린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연일 선거비용 실사의 파장과 대책을 논의했다.회의후 『선관위에 대한 압력으로 비쳐질 수 있어 논의를 자제키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곧이 듣는 사람은 없다.
한 참석자는 『발표후 당 차원의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며 『파장이 클 것같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귀띔했다.때문에 문제가된 여당의원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자연히 야당이 촉각을 세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자민련은 신한국당이 선거비용 실사대책을 논의한데 대해 대뜸 비난논평을 발표했다.이규양(李圭陽)부대변인은 17일 『아직까지 어느정도의 현역의원이 선관위 조치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집권당이 이 문제를 논의한데 대해 깊은 우려와 의혹을 표시한다』고 했다.李부대변인은 『행여라도 편파적인 실사결과 발표라는 여론의 지적을 받지않도록 철저한 심사를 기대한다』며 선관위에 대해서도 화살을 돌렸 다.
의원들은 의원들 나름대로 전전긍긍이다.일부 의원은 관계 요로(要路)에 자신의 무사여부를 확인하고 있다.영남지역에서 당선된신한국당 K의원은 최근 지역선관위를 들러 『당신은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혹시나』하는 마음에 실사 내용을 확인하느라 인맥을 총동원하고 있다.자민련의 P의원은 『지역선관위의 1차보고에서 PC통신비용 1백만원정도를 실수로 누락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문제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속을 태우고 있다. 정치권이 이처럼 긴장하는 것과 비례해 중앙선관위도 막바지 선정작업에 비장한 분위기다.중앙실사반원들은 일요일인 18일에도과천 청사에 나와 밤샘작업을 했다.임좌순(任左淳)선거관리실장은『내년 대선 선거관리를 위해서라도 조치대상자 선 정에 정치적인고려는 결코 있을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역시 발표내용이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제아래 사전에 대비를 해두려는 포석으로 해석되는 말이다.
더구나 선거비용 실사결과 발표의 파장은 내년 대선국면에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선거사범의 공소시효는 선거후 6개월내에 만료된다.때문에 선관위가 고발 또는 수사의뢰한 사안에 대해 검찰은 늦어도 10월11일까지는 사법조치를 끝내야 한다.그후 재판이 개시되고 법원 판결에 후보가 항소를 제기하면 현역의원들의경우 당선무효 조치등의 결말은 내년으로 넘어간다.국회의원 재선거가 대선과 더불어 치러지면서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될 수 있는것이다.
박승희.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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