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폭력 강경진압으로 막내린 韓總聯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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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의장 鄭明基전남대총학생회장) 주최로 연세대에서 지난 13일부터 열린 「제6차 범청학련 통일대축전」은 주최측의 행사 강행과 당국의 저지방침이 충돌해 시종 폭력시위.
강경진압으로 점철된 가운데 15일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에서 한총련은 과격시위등 폭력에 의존해 일반시민들의비난.외면을 받은데다 남측 학생대표의 북한파견등 실정법위반까지겹쳐 86년의 건국대사태 이후 또다시 지도부 대량구속과 이에 따른 학생운동권조직 와해가능성이라는 최대위기■ 맞게 됐다.
따라서 한총련은 국내 학생운동권 대표조직으로서의 위상과 향후활동에 커다란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 학생운동의 방향 역시 궤도수정과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반면 행사주최측의 노골적인 반체제.친북(親北)성향이 드러나면서 「좌경 세력 색출」이라는,비등한 여론에 편승한 당국의 「신공안(新公安)정국」조성및 전개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당초 「통일대축전」은 90년11월 독일 베를린에서 남북한 및해외인사들이 이른바 3자회담을 갖고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을 결성해 태동된 「8.15 범민족대회」행사중 학생운동권측이 치르는 관련행사였다.
그러나 당국이 범민족대회 관련행사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바람에 해마다 행사주최측과 당국간의 충돌이 반복돼 왔다.
그러나 올해 행사에서는 주최측의 강행과 물리적 저항이 과거 어느때보다 거세 막대한 인명피해 및 대량 사법처리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6일까지 집계된 부상자는 경찰 6백70여명과 학생피해자를 포함해 1천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
시위관련자의 사법처리 수도 급증해 16일까지 연행된 1천2백여명의 학생중 이미 19명이 구속됐으며 주동자와 극렬시위자등 최소 60명이상이 추가로 사법처리될 것으로 보여 90년대 이후최악의 학생운동권 「무더기검거 및 구속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올해 범민족대회가 「최악의 폭력」으로 얼룩진 것은 한총련지도부의 주도세력이 국가보안법 철폐 및 급진적.전면적 연방제 자주통일등을 기치로 내건 민족해방(NL)계열의 강경파인데 그 원인이 있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더욱이 그동안 전국연합등 재야세력과 연대해 범민족대회 관련행사를 치러 온 한총련이 행사 진행방법과 시민참여 유도등의 문제를 놓고 이견을 나타내면서 올해 처음으로 「나홀로 행사」를 치르며 차별적이고도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 내야 한다 는 중압감에서 행사를 과격양상으로 몰고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행사가 폭력으로 점철된 이유중 하나는 행사에 대한당국의 고정된 시각과 「해산보다는 주동자검거 우선」이라는 강경일변도의 진압방식에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루탄 공중살포용 경찰헬기 12대 동원등 사상 최대의 인력.장비를 동원한 「총력진압」에도 불구하고 정작 가두 화염병투척등 폭력시위 대응에는 번번이 실패해 과격시위 비난여론을 일부러 고조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던 게 아니냐는 비난도 없지않다. 어찌 됐든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행사강행을 통해학생운동권세력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무엇보다 당국에서는 이번행사의 결과로 그동안 노선간 이견을 보인 한총련 내부세력간의 분열이 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NL계의 「자주적 학생회」가 벌써부터 위축양상을 보이는반면 합리적 통일운동을 표방하는 「사람사랑학생회」가 득세조짐을나타내는 등 한총련의 운동노선이 강경에서 온건으로 반전되는 전기(轉機)가 될 가능성도 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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