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로 암세포 죽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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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레이저로 암을 치료하는 신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인하대 신소재공학부 이종무 교수팀은 레이저를 쪼여주면 열을 내며 암 세포를 죽이는 기능성 물질을 개발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화학회 학술지 ‘소재화학’의 하이라이트 논문으로 선정됐다.

연구팀은 실리콘 표면에 수많은 미세 구멍이 생기도록 했다. 그런 다음 암세포에만 잘 달라붙도록 엽산이나 항체를 그 표면에 붙였다. 이어 실리콘을 분쇄해 수십 나노 크기의 입자로 만들고 소금물 현탁액을 섞어 주사제를 개발했다.

이를 이용해 암 세포를 치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현탁액을 주사한 뒤 하루 정도 기다리면 나노 다공성 실리콘 입자들이 암세포에 집중적으로 달라붙는다. 이때 약한 적외선 레이저를 쪼여주면 입자에서 열이 발생해 종양을 한 꺼풀씩 벗겨 내 죽인다.

빛을 강하게 쪼이지 않기 때문에 환자들의 고통과 부작용이 거의 없다. 실리콘도 인체에 독성이 거의 없고, 잘 분해 된다.

이 교수는 단순한 나노 다공성 실리콘보다 현탁액이 섭씨 19도나 더 높은 열을 발생시켜 암 치료 효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이는 약한 빛으로도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사용하는 적외선은 약하지만 인체의 깊은 곳까지 파고들기 때문에 인체 내 깊은 곳의 암 치료에도 효과가 크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물질은 빛을 받아도 열을 거의 내지 않는다. 열을 내는 물질로는 실리콘 나노 입자 외에 금 나노입자와 탄소나노튜브, 산화철 나노 입자 등이다. 그러나 실리콘 나노 입자를 제외하고 이들은 독성이 있거나 강한 빛을 쪼여줘야 열을 내는 특성이 있다. 강한 빛은 환자의 피부를 손상하고 고통을 준다.

이 교수는 현탁액에 빛을 쪼이면 소금 성분과 실리콘이 반응해 해로운 화합물을 만들면서 그때 반응열이 나온다고 설명했다.실용화를 위해서는 임상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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