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일으킨 CEO, 고액연봉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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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 정부가 의회에 요청한 7000억 달러(795조원)의 공적자금 조성과 관련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고액 급여 문제가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미 의회의 다수당인 민주당이 구제금융을 받는 금융회사의 CEO 보수에 상한선을 두는 조항을 법안에 넣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은 “CEO를 비롯한 최고 경영층의 보수를 제한하는 조항 없이는 구제금융 법안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을 일으켜 국민 세금을 지원받는 금융회사 CEO들에게 엄청난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안을 제안한 부시 행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공화당 내에서도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이번 구제법안으로 지원을 받는 금융회사 CEO에 과도한 위로금을 주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정책연구’는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는 금융회사의 임원 보수를 해당 기업 최저 임금의 25배 이하로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직원의 최저 연봉이 3만 달러라면 임원의 연봉은 75만 달러를 넘지 못하는 식이다. 그러나 경제단체 관계자들은 “임원의 임금은 이사회가 정하는 것이지 의회가 끼어들 사안이 아니다”며 “이런 임금 제한은 우수한 인재를 내모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반박했다.

CEO 보수와 관련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막대한 손실을 내고 퇴임한 월가의 CEO들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았을 때도 이 문제가 불거졌다. 6월에 회사를 떠난 AIG의 마틴 설리번 CEO에겐 4700만 달러가 지급됐다.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한 리먼브러더스의 리처드 풀드 CEO는 지난해 2200만 달러를 받았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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