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英로열 셰익스피어극단 명예자문위원 압델카더 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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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숙련된 제작팀이 2~3개월 걸려 할 수 있는 일을 여기서는10~15일 안에 정신없이 대충 윤곽만 잡아야 했습니다.몇 안되는 전문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형편없는 모습이었습니다….한국의 실무 작업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느낀 것은 제가 37년간 세계 각국에서 작업해 본 경험에 비출 때 한국의 무대 제작팀이 가장 형편없고 거의 아마추어적일 정도로 미숙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완곡한 표현으로 일관돼 있지만 낯뜨거울 정도로 솔직한 충고를 담고 있다.90년 국내 모 극단의 기념공연에 무대디자이너로 초청받아 한국을 방문했던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극단 명예 자문위원 압델카더 페라(70).90년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간 그는 『더욱 전문적인 완벽함을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나의 걱정과 관심』이라며 한국 연극인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당시 화제를 불러일으킨 주인공이다.
그런 그가 무대미술 워크숍 강사로 초청돼 6년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지난달 15일부터 3일까지 열린 이번 워크숍에서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열정어린 강의를 진행해 눈길을 모았다.워크숍을 마치고 한국 출국을 앞둔 그를 만나봤다.
-다시 한국을 찾은 이유는.
『어느 나라든 새로운 세대가 있고 재능있는 학생들이 있다.앞으로 전문가로 일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리여서 선뜻 수락했다.90년의 씁쓸한 기억을 이번 기회에 많이 지워냈다.』 -90년 한국에 대한 인상을 간략하게 말한다면.
『나는 그때 무대 디자이너로 일하러 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나의 작품보다는 다른데(고위 관계자와의 만남등) 더욱 신경을 쓰는 것같아 이상해 보였다.한국 연극인들의 요령없고 비능률적인 협조는 의자.핸들.바퀴 등은 멋있게 갖추고 엔진이 없는자동차를 연상케 했다.물론 지금은 많은 발전이 있었으리라 기대한다.』 -무대 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연극은 종합예술이다.무대 디자이너는 의상.조명.음악.연기.
연출 등 인접 예술에 관심을 갖고 「연극인」(Man of Theatre)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페라는 알제리 출신.1962년부터 91년까지(에딘버러 리세움 극단 재직기간 2년 제외)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에 몸담아오며 수석 디자이너를 역임했다.그동안 『템페스트』『로미오와 줄리엣』등 셰익스피어 작품뿐만 아니라 브레히트.체홉 .TS엘리엇 등의 작품을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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