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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밴드들 '언니네이발관'등 음반제작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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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활성화는 대중음악 발전을 위한 필수조건이다.그것은 뿌리깊은 나무가 탐스런 열매를 맺고,기초가 튼튼한 건축물이 장구한 세월을 버티는 것과 같은 이치.지금은 신화가 된 비틀스도 초창기에는 「쾌리멘」이란 이름으로 영 국 리버풀과독일 함부르크의 클럽을 전전하던 언더그라운드 밴드였다.
최근 국내의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이 대거 「지상」으로 부상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꾸준한 공연활동을 통해 실력을 쌓아온 언더그라운드의 대표주자들이 잇따라 음반제작에 돌입한 것.
부지런히 녹음실을 드나들고 있는 여러 밴드들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그룹은 「언니네 이발관」.리더 이석원(25.기타.보컬)과 윤철상(21.드럼).정대욱(17.기타.고교생).유기덕(베이스) 네사람으로 구성된 이 그룹은 오래전부터 컴퓨터 통신의록음악 동호회에서 최고의 화제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이들은 자작곡 10곡을 녹음한 카세트 테이프를 컴퓨터 통신을 통해 판매해 왔는데,록 매니어들 사이에서는 이미 베스트 셀러가 됐다.최근 경기도 안양의 모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마친 이들의 정식 데뷔음반은 9월께 킹레코드를 통해 발매될 예정이다.
또 서울 홍익대입구의 라이브 클럽 「드럭」에 고정출연하고 있는 「옐로우 키친」과 「크라잉 너트」도 최근 녹음을 끝냈다.
이들은 정통 펑크록을 고집하고 있는데 가령 「옐로우 키친」의『포레버 스누피』는 미래의 기득권층인 서울대생들을 철저하게 조롱한다.「붐비는 버스 속에서 너를 보았다/넌 참 웃기는 곳에서내리더군/너 같은 쓰레기들을 위해 사람들은 너 를 쫓아오겠지」.그런데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팀의 리더 최수환도 서울대공대 재학생이다.두 그룹의 공동음반은 기존의 음반 제작.유통망을통하지 않고 통신.공연장 판매등 철저하게 「독립」적인 방식으로판매될 예정.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이미 스타급에 속하는 헤비메탈 밴드 「노이즈 가든」과 「사하라」가 9월께 2집을 낸다.특히 「노이즈 가든」의 경우 지난달 국내에서 녹음을 끝내고 해외에서 마무리 작업을 진행중인데,미국의 올터너티브 그룹 「사운드 가든」의 제작진이 이를 들어보고 호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헤비메탈.랩등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결합한 이른바 「믹스처 록」을 지향하는 그룹 「토이 박스」및 메탈밴드 「사두」「게임 오버」,정통 블루스만을 고집하는 서울 이태원의 「저스트블루스」등이 녹음을 끝냈거나 준비중에 있어 올 가을부터는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의 음반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특히 기성 음반사인 지구레코드와 LG미디어가 상업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존 음반시장에서 배척받고 있는 헤비메탈 음악을 전문적으로 발매하는 레이블 설립을 검토중이어서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의 입지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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