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칼럼>부패정신이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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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우리 선수들이 선전(善戰)하는 모습을 보느라 밤잠을 설치던 2주간이었다.땀흘리며 유감없이 싸우는 모습은 우리를 감격시켰고,성의없는 경기태도나 졸전(拙戰)은 우리를 화나게 했다.
올림픽은 많은 우승자를 낳았다.시상대에 올라선 선수들은 그들의 국기(國旗)가 게양되고,국가(國歌)가 연주되는 동안 모두들숙연해지고 눈물을 흘렸다.우리의 방수현양도,조민선양도,전기영군도,김경욱양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화면에서 도 느낄 수 있었다. 세계적인 스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우승한 선수들은 국기를 들고 올림픽스타디움을 달렸고,그의 나라에서 온 응원단들도피부색이든 성별에 관계없이 함께 국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환호했다.남자2백와 4백에서 우승해 올림픽 최초의 신화를 창 조한 마이클 존슨도 시상대에서 그의 강인한 검은 뺨위로 굵은 눈물이흘러내렸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감격시키는가.이미 국경이 없어지고 민족국가라는 개념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시대에,그들은 여전히 손에 손에 국기를 들고,또는 몸에 휘감고 환호하며,목이 터져라 국가를 함께 부르며 눈물을 흘린다.국기와 국가는 여전 히 그들 국민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설명할 수 없는 하나의 신화(神話)다.
공산주의가 몰락한 다음의 포스트 자본주의에 관한 연구들은 「국경없는 국가」의 출현,개별 민족국가의 주권력 쇠퇴등을 예고하고 있다.그런 불확실성의 시대에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국민을 한데 모으는 것이야말로 정부가,그리고 정치가 할 기능이다.그렇지 못하면 개인화와 차별화를 지향하는 자본주의의 특성으로 인해 사회적 불평등이 극도로 심화될 수밖에 없으며 그로인한 사회적 혼란과 불안정이 새로운 문제로 등장할 것이라고들 지적한다.
공산주의의 위험이 사라지고 난후 오히려 종교적 근본주의,계층간의 불만이 새삼 끓어오르는 것은 바로 그런 불확실성에 대한 중산층의 「불안한 선택」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분단사회이며,여전히 전쟁의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분명 반사적 통합요인을 갖고 있는 셈인데도 최근에 우리 국가의 통합력 문제가 새삼스레 부각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최근 드러나고 있는 규율의 이완,기강의 해이,과소비와 그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의 팽배등은 말하자면 사회적 상층부가 그들이마땅히 해야 할 사회통합기능을 포기한 때문이라고 보여진다.여론주도층을 자처하는 세력들이 규제의 완화,자율영 역의 확대를 오히려 절제와 사회적 책임의 포기,방종의 기회로 이용해 사회전체의 규율을 무너뜨리고 부패를 만연시키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지도층의 이런 불안스런 사회일탈현상은 사실은 경제의 불안정보다 더 큰 위험요인이다.최근 많은 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는 지도층에 대한 불만들은 사회기층의 균열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시련을 벗어나 국가의 통합력을 회복하는 첩경은 문민정부 초기의 개혁정신으로 되돌아가는 길 뿐이라고 믿는다.이 정부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신뢰감을 얻었던 시기는 바로 상층부의 부패에 대한 개혁조치를 취할 때였으며 그때만 국 가의 장래에 대한 비전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방법상의 문제로 중단된 상층부의 부패개혁을 되살려내지 못한다면 문민정부도 부패한상층부의 한 세력으로 통합되고 있다는 불신을 받게 될 뿐이다.
사회지도층이 자기이기주의로 나아가고,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하게 되고,그로 인해 사회 상하간의 불신이 확산되는 악순환관계가 형성되면 우리 사회는 심각한 하강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올림픽경기에 나간 팀중에 국내에서 인기를 누리며 돈을 많이 벌고 있는 야구나 농구팀의 선수들이 몸을 사리며 제대로 게임을하지 않는 것도 부패정신의 일단이 아닐까.팀도 몇개 없는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만 열심히 땀흘려 뛰는 모습이 우리 사회의 한단면이 아닌지 모르겠다.
(편집국장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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