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공매도’ 막으면 이런 종목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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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빌려서 팔아 놓은 종목을 주목하라’.

외국인의 ‘공(空)매도’ 표적이 돼 온 종목이 뜨고 있다. 공매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공매도란 없는 주식을 미리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되사 차익을 챙기는 거래 기법이다. 공매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공매도를 해 놓은 투자자는 서둘러 주식을 되사 갚아야 하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금융경영인 조찬 강연에서 “필요하면 공매도 규제의 강화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52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공매도와 관련한 실태조사를 벌여 상당수 법 위반 사례를 적발한 상태다. 국내에선 주로 외국인이 공매도를 이용해 주가 하락을 주도해 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미 공매도 물량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19일에는 외국인이 공매도한 주식을 되사 갚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증권가에선 외국인이 코스피지수 1450 밑에서 빌려 판 종목을 우선적으로 되갚기 위해 사들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매도 규제 확산=영국 금융감독청(FSA)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공매도를 금지하자 프랑스·캐나다·독일·호주·벨기에 금융당국도 가세했다. 국내에서도 공매도 규제 강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공매도 규제는 현재 상태로도 다른 국가에 비해 강한 편이다.

공매도는 크게 ▶없는 주식을 그냥 파는 ‘네이키드 쇼트 셀링(naked short selling)’ ▶주식을 빌려서 파는 ‘커버드 쇼트 셀링(covered short selling)’ 두 가지로 나뉜다. 국내에선 네이키드 쇼트 세일링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선진 각국이 금지한 것도 네이키드 쇼트 세일링이다. 게다가 국내에선 빌려서 주식을 팔 때도 직전 매매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문을 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는 한국 외에 호주 정도만 시행하고 있는 규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선 공매도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직접 금지보다 규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꼼꼼히 들여다보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주춤한 공매도=17일 801만7000주에 달했던 공매도 물량은 19일 544만 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금액 기준으로는 3분의 1로 감소했다. 외국인 공매도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주춤해졌다. 리먼은 그동안 국내 금융회사들로부터 28개 종목, 167만 주를 빌려 팔았으나 파산 신청을 내는 바람에 이를 갚지 못했다. 결국 주식 대차거래를 중개한 증권예탁결제원이 나서서 리먼이 주식을 빌릴 때 맡겨둔 현금으로 해당 주식을 사들여 대신 갚았다. 그러자 국내 금융회사들도 외국계 증권사에 빌려준 주식을 조기 회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국내외의 공매도 규제 강화에 국내 금융회사의 주식 대여 축소 움직임과 주가 반등이 맞물리면서 외국인 공매도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종목 관심 끄나=주가가 반등한다고 해서 외국인이 공매도 물량을 한꺼번에 갚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코스피지수가 아직 1460대여서 주가가 비쌀 때 팔아놓은 주식은 주가가 반등해도 손실을 볼 위험이 작다. 그러나 코스피지수 1450 이하에서 판 주식은 사정이 다르다. 주가가 반등하는 바람에 이미 상당한 손실이 났을 가능성이 크다. 동부증권 송경근 애널리스트는 “코스피지수 1450 이하에서 이루어진 공매도 물량은 4200만 주 정도”라며 “주가가 반등하면 이 물량부터 되사 갚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동부증권은 ▶주로 외국인의 공매도 표적이 됐으면서 ▶1450 이하에서 공매도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종목으로 LG·호남석유·유한양행·현대중공업·LG전자·한진해운 등을 꼽았다.

정경민·고란 기자

◆공(空)매도=주가가 비쌀 때 없는 주식을 미리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되사 차익을 챙기는 투자 기법.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와 정반대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가 확산하자 투기자본인 헤지펀드가 공매도를 활용해 주로 금융주를 대거 팔아 치우면서 금융위기를 증폭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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