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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영웅은 분쟁지역 선수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매스컴의 화려한 조명도,메달을 딸 가능성도 없지만 올림픽에 참가한 사실만으로 이미 승리의 월계관을 쓸 자격이 있는 선수들이 있다.
아프가니스탄이나 기니같은 나라에서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들이 바로 그들.그들의 이야기는 상업주의와 테러로 얼룩진 올림픽을 보는 우리에게「진정한 올림픽 정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아프가니스탄 레슬링 선수인 카림 잔.그는 레슬링 매트보다 러시아제 소총을 먼저 만졌다.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경비 지원으로 꼬박 이틀 걸려 애틀랜타에 도착한 잔은 매트에 오르지도 못했다.어이없게도 계체량 시간안에 대지 못한 것이다.
르완다의 육상 선수 세라핀 무가보.소수 투치족 출신인 그는 후투족 정부군과 민병대의 살해 목표였다.
간신히 피난촌으로 탈출한 무가보는 대량학살을 피해 수천명의 난민이 피난처로 삼아 몰려든 경기장에서 연습,이번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 다.
서아프리카 극빈국 기니의 카약선수 사미르 카라바시드.그는 보스니아의 특수군에 팔려갔었다.10세때부터 노를 저어온 그가 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온갖 시련끝에올림픽에 참가하게 됐지만 연습도중 바위에 부딪친 그의 낡은 카약이 깨져버리고 말았다.그러나 카라바시드는 기어이 경기에 출전하려 한다.미국팀이 카약 한대를 빌려주기로 했다.부룬디 대표팀은 지난주 조국의 합법적인 연립정부가 군사쿠데타로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그러나 부룬디 대표팀은 『상황이 정말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올림픽에 끝까지 참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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