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 한번 깎으니 양복 20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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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를 벗어나 홀로 뉴질랜드 고산지대에서 살아온 양이 지난달 28일 6년 만에 처음으로 털을 깎았다.

슈렉이라 불리는 9세짜리 메리노종 양은 지난달 초 뉴질랜드 남동해안의 항구도시 더니든 인근 목장에서 한 양치기가 발견했다. 발견 당시 슈렉은 30㎝ 이상 자란 무거운 털 때문에 움직임이 매우 둔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현지 주민들은 "바위 틈에서 둔하게 움직이는 슈렉을 처음 봤을 때 누구도 양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면서 "마치 털로 만든 거대한 공이 굴러다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전년도 양털깎기 챔피언이 나선 슈렉의 털깎기를 보기 위해 수백명이 크롬웰로 몰려 들었으며 이 모습은 뉴질랜드 전역에 생중계 됐다.

양털깎기 챔피언이 특대형 가위로 덕지덕지 뭉친 슈렉의 털을 말끔히 깎아내는 데 걸린 시간은 20분 남짓.

슈렉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양모의 무게는 27.5kg으로, 남성복을 20벌 이상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몰라보게 날씬해진 슈렉은 갑작스러운 감량에 적응을 못한 듯 잠시 비틀거렸으나 주최 측이 슈렉의 이름을 넣어 만든 메리노 양모 재킷을 걸치고 사진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슈렉의 털은 어린이 암치료 자선 행사에서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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