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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박수 받은 개원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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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 신성식 정책사회부 기자

"고뇌에 찬 결정이다."

"싼 약이 효과가 없어 비싼 약을 쓴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동네의원들의 모임인 대한개원의협의회가 최근 고가(高價)약 처방을 자제하겠다고 나서자 이처럼 반응이 엇갈렸다. "좋은 약을 처방한 게 뭐가 잘못이냐"고 반박하는 의사들도 있다. 사실 고가약 처방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효능이 비슷해도 고가약이 효과가 더 좋다고 주장하는 의사들도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의사들이 용단을 내렸다"고 칭찬한다.

고가약 처방을 줄여 달라는 시민단체 등의 요구를 번번이 묵살했던 의사들이 반성문을 쓰면서 환자에게 이득을 돌려 주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개원의협의회는 "의사들이 의약분업에 대한 반발 때문에 고가약으로 처방을 바꾸고, 환자들의 고가약 요구를 여과없이 들어준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동네의원들의 고가약 처방률은 의약분업 시행 직전인 2000년 5월 37%에서 지난해 50.3%로 급증했다. 이 때문에 연간 7000억원 이상의 건보재정이 더 들어갔다. 이에 대한 책임이 크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결의도 돋보인다. 건보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보험료나 세금을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가약 처방 감소→건보재정 절감→중환자 부담 경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물꼬를 동네의원들이 트겠다고 나선 것이다.

다만 모든 약을 중저가약으로 바꿀 수는 없다. 환자의 체질에 따라 고가약이 잘 맞는 경우도 있다. 선택의 기준은 '가격'이 아니라 '치료 효과 극대화'라는 얘기다.

문제는 실천이다. 국민은 약속대로 건보재정을 아껴 환자의 보험 혜택을 늘리도록 적극 노력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특히 이런 노력이 고가약 처방을 많이 하는 대형병원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나아가 의료계는 정부와 손잡고 민간의보 도입, 수가체계 개선 등 현안을 속속 풀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성식 정책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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