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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아시아 증시 이틀째 '중국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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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차이나 쇼크'가 이틀째 국내외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미국 뉴욕 증시의 주가가 급락한 데 이어 한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증시의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는 30일에도 외국인들의 대량 매도가 이어졌다. 중국 정부가 차이나 쇼크의 진정에 나선 가운데 정부와 산업계도 대비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 국내선 외국인 7000억대 주식 또 순매도

30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2.57포인트 떨어진 862.84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2.57포인트 내린 453.47을 기록했다. 전날 사상 최대 규모로 주식을 팔았던 외국인들은 이날 또다시 731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 주식 투자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 속에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6원 더 올라 1173.3원을 기록했다.

이영원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핫머니 성격이 짙은 조세회피 지역의 자금이 지난해 5월 이후 올 3월까지 5조5700억원에 달해 외국인들이 주식을 더 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보 주재로 '경제동향 점검 회의'를 열고 차이나 쇼크에 따른 대내외 경제 상황을 점검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중국팀장(상무)은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지 모른다는 우려로 국제 투자자들이 과민반응을 보였다"며 "대(對)중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은 있겠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 중국선 "철강 등 과열 업종만 대출 제한"

중국 정부는 급격한 긴축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가라앉히기 위해 선별적인 경기 억제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전날 차이나 쇼크의 원인을 제공했던 원자바오(溫家寶)총리는 30일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식의 극단적인 정책을 채택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한 대책은 계속해 나갈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과잉.중복 투자가 빚어지는 철강.알루미늄.시멘트.부동산 분야에 대해 고삐를 죌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들 분야에 대한 자금.토지 공급을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불필요한 부동산 투자와 공장 신.증설 등을 막기 위해 토지 점용 실태를 조사하고, 은행에 대해서는 업종별로 대출 중단 등을 유도하기로 했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석탄.전력.석유 등 에너지 업종과 용수(用水).물류 등 국가정책에 맞는 분야에 대해선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 해외선 대만·日 폭락…홍콩은 낙폭 줄여

차이나 쇼크가 전 세계 거의 모든 증시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산업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68%, 1.55% 떨어졌다. 이어 30일에는 대(對) 중국 수출이 많은 대만과 일본 증시의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렸다. 대만 가권지수는 이날 4.4%나 하락했다.

중국과 홍콩시장이 대만 수출물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어 어느 나라보다 중국의 긴축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전날 휴장한 덕분에 폭락을 면했던 일본 증시의 닛케이지수는 2.02% 하락하며 12000선이 무너졌다.

중국 기업이 상장돼 있는 홍콩 H증시는 전날 2%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한때 5% 이상 하락했으나 낙폭이 지나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되올라 결국 0.2% 하락한 채 마감했다.

일본 UFJ자산운용의 한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확실해진 것은 미국과 중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구체화되고 있으며 원자재.반도체 등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뉴스 분석] 돈줄 세게 조이면 中기업 연쇄 도산…제한 긴축 가능성

중국 경제는 과연 허리띠를 본격적으로 졸라맬 것인가. 어느 정도 긴축정책은 예상됐었으나 이렇게 세게 나올 줄은 몰랐다. 원자바오 총리의 말처럼 신규대출 중단 조치를 계속 밀어붙일 경우 정말 큰 혼란이 예상된다. 기업이고 금융기관이고 간에 심각한 연쇄 도산사태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한국 경제도 온전할 수 없다. 다행히도 그렇게 될 것 같진 않다.

우선 중국 경제가 전면적인 신규대출 중단 같은 강경정책을 소화해낼 처지가 못 된다. 긴축의지를 표명하는 선언적 의미만 해도 중요하다. 따라서 중국 경제가 금세 어떻게 되는 것처럼 당황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태도 변화의 배경이 매우 궁금하다.

이런 정책선택은 중국 정부로선 처음이다. 신규대출 중단이란 그야말로 강력한 긴축정책이요, 고단위 금융처방이다. 시장에서 돈의 수급 조절을 통해 실물경제의 과열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니, 그야말로 자본주의식 구조조정을 뜻한다.

왜 이러는 걸까. 일단은 중국 정부의 심각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 같다. 지금까지는 중앙의 말 한마디로 일사불란하게 해왔지만 점점 그게 안 된다. 지방정부 간의 치열한 투자경쟁 탓에 통화관리가 어려워졌는가 하면, 중복투자나 과투자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데도 그전 같은 중앙통제가 먹혀들지 않는다. 결국 정부가 돈줄을 조여 찬물을 끼얹겠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은 일정 업종이나 품목에 한정 실시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것만 해도 적지 않은 충격을 몰고 올 것이다. 물론 긴축이 용두사미로 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두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다. 하나는 중국 경제에 경고등이 본격적으로 켜졌다는 것이요, 또 하나는 중국 경제가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됐음을 입증해 줬다는 점이다.

이장규 경제전문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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