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15만여장 잘못 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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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00년 10월부터 2002년 7월 사이 여권 15만4000여개가 프로그램 오류로 잘못 발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통상부는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도 여권을 회수하지 않았다.

또 법무부 출입국 관리담당 공무원들이 돈을 받고 불법 체류 가능성이 있는 외국인들의 입국을 허가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사실도 밝혀졌다. 비자 발급과 외국인 체류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이는 외교통상부와 재외공관 등을 대상으로 한 감사원의 '사증 발급 및 불법 체류자 실태 특감'에서 지적됐다.

30일 감사원에 따르면 외교통상부는 1999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에 따라 진위를 출입국 심사대에서 자동 판별할 수 있는 MRP(Machine Readable Passport)식 여권을 발급하기로 하고, T사와 여권 전산화 사업계약을 했다. 그러나 T사의 프로그램 오류로 주일본 한국대사관 3만2000여개, 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3만1000여개 등 모두 15만4191개 여권이 잘못 발급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2002년 7월 전주의 A씨가 해외여행 도중 입국이 거부되는 등 한국 여권에 대한 국제적 공신력이 실추됐다.

감사원은 외교통상부에 잘못 발급된 여권을 모두 회수하도록 하고 기관주의 조치를 했다. 감사원은 또 불법 체류 외국인들의 출국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가 제도를 제대로 준비.운영하지 않아 오히려 외국인들의 불법 체류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 체류 외국인의 '출국기한 유예처분 조치'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고 출국기한 유예만 반복하는 바람에 유예조치가 반복되리라는 기대감으로 자진 출국자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불법 체류 외국인 수는 2002년 2월 28만1000명에서 2003년 8월 32만7000명으로 늘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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