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鄕土시인들' 작품집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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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에도 「향토 시인」들이 있다.자신들이 살고 있는 서울의 한자락을 고향인양 생각하며 시의 마을로 가꾸고 있는 시인들이 존재한다.홍해리(洪海里).임보(林步).이생진(李生珍).채희문씨등 우이동에 사는 중진시인 4명은 86년 시동인 「우이동 시인들」을 결성했다.북한산의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시로써 맑고 아름다운 향토와 삶을 가꾸자는 이 시인들은 진달래가 산야를 불태우는 봄이면 「북한산 시화제(詩花祭)」,가을이면 「북한산 단풍시제」를 해마다 북한산 기슭에서 가져 왔다.
또 매월 마지막 토요일 시낭송회를 개최하는 방법등으로 시의 즐거움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해오고 있다.이러한 「우이동 시인들」이 동인결성 만 10주년을 맞아 동인지 『저 혼자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작가정신刊)를 최근 펴냈다.
『다락방에 모여 앉아 하는 소리/「인수봉은 하늘을 찌르는 정기/시인의 정기도 저래야 하는데」로 시작해서/「인수봉은 말뚝 같다」/「아니,꼿꼿한 고추 같다/그런데 포경이다」하고는 /배꼽을 뺀다/이번엔 인수봉이 안개 속으로 들어가자/「 야,그림 같다」하고는/모두들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李씨의 시 「말장난」전문이다.「우이동 시인들」은 93년 창문으로 북한산이 들어오는방을 얻어 「시수헌(詩壽軒)」이라 이름짓고 사랑방으로 쓰고 있다.거기 모여 북한산을 바라보는 동인들의 모습이 시 지망생처럼맑게 그려져 있는 시다.
시력(詩歷) 20,30년된 중진들이 인수봉을 바라보며 시인의꿋꿋한 자세를 배우고 있으며 말뚝.고추.포경.그림으로 비화되는비유법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다.「우이동 시인」들은 이렇게 함께 북한산을 노래하며 자연과 인간을 친밀하게 연결시켜주고 있다. 『수천 길/암흑의 갱 속/반짝이는 언어의 사금/불도 없이 캐고 있는 이,/가슴엔 아지랑이/하늘엔 노고지리.』洪씨의 시 「시인」전문이다.암흑의 갱 속에서 불도 없이 삶과 우주의 뜻인시를 캐내야하는 시인의 외롭고 처절한 운명.
그러나 그 처절함을 시인은 아지랑이와 노고지리로 맑고 가볍게노래한다.해서 「우이동 시인들」은 노래한다.『오세요 우이동으로마음이 스산하면/모두 다 펼쳐 보세요 사랑에 눙친 가슴』이라며아스팔트에 지친 서울시민들을 시의 세계로 초 대하고 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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