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한나라 가압류 신청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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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위관계자는 29일 "이른바 '안풍(安風)사건'과 관련해 한나라당을 상대로 최소 856억원의 국고환수를 위한 가압류 신청을 법원에 제기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민사소송에 앞서 채권확보 차원에서 이뤄지는 가압류 신청의 대상으로는 한나라당의 당사매각 대금과 국고보조금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풍사건 재판 과정에서 최소 856억원의 안기부 돈이 김기섭씨와 강삼재씨를 거쳐 한나라당에 건네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부는 이 돈을 국고로 환수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안기부 계좌에 외부로부터 유입된 돈은 없으며, 대선잔금 등 다른 돈도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기획예산처 등 정부 관련 부처는 최근 국정원에 이 돈을 회수하기 위한 가압류 신청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며, 국정원 내부에서도 관련 규정에 대한 검토 끝에 국정원이 주체가 돼 가압류 신청 및 환수를 위한 민사소송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한 관계자는 그러나 "선거에 진 야당을 상대로 가압류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야당탄압' 논란이 일 수 있어 최종 방침을 정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6월 5일로 예정된 재.보선 뒤에나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형오 사무총장은 "안풍 자금이 안기부 돈이라고 아직 판명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재산을 가압류하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안풍 사건은 1995년 지방선거와 96년 총선 과정에서 김기섭 당시 안기부 운영차장이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강삼재 사무총장에게 각각 257억원과 940억원 등 모두 1197억원의 안기부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사건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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