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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한국의역군들>6.한효科技院 최의주 연구실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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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순박한 과학자의 꿈은 단순하다.
시간과 돈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연구에 몰두하는 것.
안타깝게도 그 꿈은 현실로부터 빗겨있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생화학자 최의주(崔毅柱.39)박사는 행복한 사람이다. 비록 경기도시흥시 외진 곳에 자리한 덜 알려진 연구소지만 소박한 꿈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합섬 부설 한효과학기술원의 세포생물학 연구실장이 그의 직함. 『2년간의 미국 심장재단 특별연구원 생활을 끝내고 귀국 준비중이던 93년 한일합섬측이 마음에 꼭 드는 조건을 제시해와자리를 정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생화학과 출신의 엘리트 생화학 학자로서는 특이한 선택.그를 아끼는 주위의 우려에 찬 시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동요하지 않고 자신이 구상해온 연구에 착수했다.연구테마는 세포사멸에 관한 기전 밝히기.
「인간의 질병중 반이상은 세포의 괴사에 의해 발생한다.각종 암(癌)질환이 그렇고 치매증과 뇌졸중등의 퇴행성 질환도 세포괴사에 기인한다.이것을 파고 들면 질병 치료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 약대와 한국과학기술원(생물과학과)을 다닐 때부터 줄곧 꿈꿔온 주제였다.
약속대로 회사측은 어떤 주문이나 간섭도 하지 않았다.연구자금과 인력등으로 연구를 지원할 뿐이었다.
11명의 팀원과 함께 1년에 약 10억원쯤의 연구비를 쓰며 오직 연구에만 전력 투구할 수 있는 환경,그야말로 과학자의 천국이었다.
자유스런 연구분위기는 짧은 기간에 알찬 과실을 맺기 시작했다. 논문게재에 권위적이고 까다롭기로 이름난 과학학술지 네이처 6월27일자에는 崔박사의 논문 한 편이 실렸다.
제목은 「스트레스 활성화 단백질 인산화효소를 억제하는 단백질P21」.
이 논문이 세계 생화학계의 주목을 끈 것은 바로 세포괴사에 따른 기전중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세포성장 저해인자로 알려져 있던 P21이라는 단백질이 스트레스 유발 단백질 인산화효소를 억제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밝혀낸 것이다.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아 괴사하면 암은 물론 뇌신경질환.심혈관계질환에 에이즈까지 일으킨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따라서 새로 발견된 P21의 특성을 이용하면 비정상 세포의 이상 증식현상인 암이나 세포의 퇴행으로 발병되는 치매나 뇌졸중등의 퇴행성 질환,면역세포의 비정상적 소멸로 발병하는 에이즈등의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崔박사가 요즘 또 한가지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분야는 뇌신경에 관련된 연구.
조미료에 많이 들어있는 글루타메이트가 뇌신경에 미치는 독성기전에 관한 것이다.
한때 조미료회사들이 머리가 좋아지는 물질로 선전하기도 했던 이 물질은 뇌신경 전달물질이지만 너무 많이 분비되면 오히려 뇌신경세포를 괴사시키는 묘한 물질.치매.뇌졸중.간질등의 질환과 관련성이 의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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