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이후 계.私債 93년보다 2배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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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돈 많은 사람들이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계.사채등을 재(財)테크 수단으로 즐겨 이용하면서 사(私)금융이 갈수록 번성하고 있다.이는 지하에 숨은 돈을 양성화시키겠다는 금융실명제의 취지를 무색케하는 결과여서 주목을 끌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도시 가계는 93년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사금융 이용을 더욱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지난해 도시 가계의 평균 사금융 이용 비중은 전체 저축의 13.3%인 2백32만원에 달했다.이는 93년(1백3만원)보다 두 배이상 늘어난것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계층일수록 사금융을 즐겨 찾았다.고소득층(상위 20%)의 사금융 비중은 15.5%로 저소득층(하위 20%)의 14.3%보다 높았다.반면 고소득층의 은행저축 비중은 40.6%에 불과,저소득층의 55.6%보다 15%포인트나 낮았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가 14.9%로 사금융 이용 비중이 가장 높고,봉급생활자(12.9%).자유직업자(12.2%).일용근로자(10.0%)의 순이었다.연령별로는 나이가 많을수록(60세이상15.4%,20대 10.1%) 사금융에 돈을 많 이 넣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리자유화이후 사금융 금리가 여전히 제도권 금리를 웃돌면서 자금을 유인하고 있다』며 『특히 금융실명제이후 사금융에 남아있던 돈이 제도권으로 잘 돌아오지 않는데다,제도권에 있던 돈마저 정체를 숨기기 위해 꾸준히 사금융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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