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스 하면 파울 주도록 아예 축구 룰 바꾸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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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표팀이)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인 적이 없어 모든 면에서 코칭스태프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다. 경기력 부재는 분명히 코칭스태프의 문제다.”

“백패스를 하면 파울을 주도록 한국 축구 룰이라도 바꾸고 싶다.”

대한축구협회 이회택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이 대표팀 허정무 감독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 위원장은 최근 잇따른 대표팀의 부진에 대해 “기술도 부족한데 정신력도 결여됐다”며 책임을 허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게 돌렸다. 한국 축구 총체적 몰락이라는 외환(外患) 속에 기술위와 대표팀 간 불협화음이라는 내우(內憂)까지 겹치고 있다.

축구협회 기술위원과 대표팀 코칭스태프 연석회의가 16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무기력한 경기 끝에 1-1로 비겼던 10일 북한과의 월드컵 최종예선전을 돌아보고 다음 달 15일 아랍에미리트(UAE)전에 대비하기 위한 논의가 있었다. 비공개 회의가 끝난 뒤 이 위원장은 작심하고 대표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백패스·횡패스를 너무 많이 해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공격과 미드필더 간격이 너무 멀었고, 원톱 조재진도 고립돼 공 잡을 위치를 찾지 못했다.”

정신력 문제도 짚었다. 이 위원장은 “선수들의 정신력이 예전만 못하다. 몸이 부서지더라도 뛰겠다는 국가관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다른 기술위원들도 “선수와 코칭스태프 간에 끈끈한 연결 고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선수들의 투혼을 끌어내지 못한 책임도 코칭스태프에게 있다는 뜻이다.

문제점은 튀어나오는데 해결책은 뚜렷하지 않다. 아시안컵 음주 파동으로 징계 중인 이운재(수원)·이동국(성남)의 사면 얘기가 나왔지만 없던 걸로 했다. 이 위원장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서는 안될 선수가 아니기에 규정을 바꿔가면서까지 대표팀에 데려올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파주=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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