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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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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6개월간의 치열했던 밀고 당기기 끝에 26일 최종 타결됐다. 올해 한국 측 분담금은 총 6804억원. 지난해에 비해 8.9% 삭감된 금액이다. 이번 협상은 그야말로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양국은 협상 초기부터 삭감이냐, 증액이냐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섰다. 지난 1일에는 주한미군 측이 양국 정부의 잠정 합의사항에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면서 협상이 미궁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자아냈다. 하지만 더 이상 논란이 확산되지 않는 게 양국 모두에 이익이란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날 공식 합의에 이르렀다.

◆ 주요 쟁점 어떻게 정리됐나=협상 당시 주된 쟁점은 크게 네 가지였다. ▶분담금 총액▶협정 유효기간▶기간 중 인상률▶분담금 항목 등이었다.

결과는 서로 윈윈하는 모양새다. 가장 큰 난제였던 분담금 총액은 삭감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용산기지 이전, 자체 무기 현대화 계획, 이라크 파병 등으로 국방비 부담이 커진 데다 주한미군 감축에 따라 주둔경비도 자연히 줄어들 것이란 우리 측 논리에 결국엔 미측도 두 손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달러당 원화 환율이 크게 떨어진 만큼 미 국무부도 달러 기준으로 보면 그다지 손해 본 게 아니어서 총액이 삭감된 데 별 불만이 없다는 후문이다.

미국은 또 실제 협정문에는 "2006년도 분담금은 2005년도보다 '3%+종합 물가상승률'만큼 인상하되, 미측이 이를 포기한다"는 문구를 넣어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에 미칠 영향도 최소화했다. 문제는 주한미군의 반발이다. "한국 측 분담금액이 줄면 어쩔 수 없이 연말까지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를 1000명가량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게 주한미군 측의 항변이었다. 이 부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협상을 맡은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주한미군이 감축되면 군속이 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그런데 왜 그것을 방위비 분담금과 연계하느냐"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김숙 외교부 북미국장도 지난 12일 미국에 건너가 이 같은 강경 입장을 그대로 전달했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후 미 국무부 쪽에서 주한미군 측에 '이번에는 한국 측이 원하는 대로 해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의미와 과제=무엇보다 최근 한.미 관계가 잇따른 악재로 난기류에 빠져 있는 가운데 어려운 협상 하나가 타결됐다는 점에 양국 모두 적잖은 의미를 두고 있다. 특히 최근 한달 새 ▶동북아 균형자론▶전략적 유연성▶작전계획 5029의 일방적 파기 논란이 잇따라 터지면서 한.미 관계가 커다란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협상 타결이 그간의 논란을 불식하고 양국 관계를 다시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6개월간의 협상 과정에서 쌓인 감정의 앙금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양국 관계자들의 공통된 우려다. 특히 직접 예산을 사용해야 하는 주한미군 측은 미 국무부 측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도 예정대로 해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과제로 남아 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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