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보신관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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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대 동양인들은 인간의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해답이 조물주가 만든 이 세상 안에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바꿔 말하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가운데 약이 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얘기다.중국에 전해 내려오는 『중약(中藥) 대사전』을 보면 그같은 신념에 근거해 5천7백67종의 한약이 소개된다.그가운데는 기이한 것들이 아주 많다.
식물은 말할 것도 없고 동물성으로는 벌집.매미껍질.박쥐똥.노루배꼽.물개음경 따위가 있는가 하면 광물성으로는 금.석탄.석고.수은.운모 따위가 포함된다.사람 머리카락.치아.태반.월경.소변 따위까지 약이 된다니 더 할 말이 없을 지경이 다.고양이도각 부위가 허약체질이나 관절통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적혀있다. 지난 86년 미국의 한 주간지가 느닷없이 「한국인들은 고양이고기를 상식(常食)한다」는 기사를 내 큰 물의를 빚었다.한국인을 야만인으로 모는 터무니없는 기사였지만 이런 엉터리기사가 나간 데는 까닭이 있었다.의사들은 물론 그 효능에 대해 거의 부정적 입장이지만 그 무렵 환자들 사이에 구전(口傳)된 효능이사실처럼 받아들여지면서 실제로 고양이를 삶아 먹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건강이나 장수,혹은 보신을 위해서라면 한국인들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먹는다」는게 외국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보편화된 인식이다.83년엔가 설악산에서 총에 맞아 부상한채 발견된 반달곰의 웅담과 살코기가 경매에 부쳐져 거액에 팔렸을 때 이를 취재한 로이터통신 기자도 그렇게 썼다.건국시조인 단군(檀君)을 낳았다는 웅녀(熊女)의 설화(說話)도 「만병통치약」앞에서는 힘을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인관광객들이 몰리는 동남아의 여러나라들이 한국인의 「보신관광」을 부추기는 것은 당연하다.가령 태국의 명물인 뱀탕집 고객가운데 20%는 한국인이라고 한다.코브라 눈.심장은 물론 생식기까지 거침없이 먹어치우는 한국인들이 수두룩하다 는 것이다.
최근 태국에서 발생한 몇몇 한국인의 야생 곰 다량 밀도살사건도태국을 보신관광의 메카쯤으로 생각케 한 저네들 탓도 없지 않다.여러해 동안 「봉」노릇 해오다가 급기야 체포되기까지 했으니 한국.한국인의 망신살이 크게 뻗쳤다.
이젠 정말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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