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 ‘리먼·메릴린치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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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융위기가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 4위의 투자은행(IB)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을 신청했다. 세계 1위 증권사인 메릴린치도 94년 만에 매각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리먼브러더스가 15일 새벽(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리먼의 부채는 6130억 달러(약 679조원)로 1990년 드렉셀, 2001년 월드컴의 파산 규모를 능가한다. 리먼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리먼은 인수 후보였던 영국의 바클레이즈 은행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14일 오후 차례로 협상 결렬을 선언하자 파산 신청을 발표했다.

메릴린치는 BOA가 인수키로 합의했다. 금융시장 붕괴를 막기 위한 긴급 구제성 합병이다. 메릴린치는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제2의 리먼’으로 거론돼 왔다. 인수 가격은 500억 달러(주당 29달러)로 전해졌다. 지난 주말 종가 17.05달러보다 70% 높지만 지난해 최고가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미국 최대 보험사인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은 이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400억 달러의 긴급 자금을 요청했다. 자금난과 주가 하락에 시달려온 AIG는 신용평가회사들로부터 “자본금을 늘리지 않으면 신용등급을 내리겠다”는 경고를 받았다.

뉴욕 타임스(NYT) 인터넷판은 “AIG는 신용등급이 떨어질 경우 48~72시간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AIG는 항공기 리스 자회사 매각을 포함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FRB는 리먼 파산 이후 금융 불안이 심해질 것에 대비해 자금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JP모건과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월가의 10개 대형 금융사들은 700억 달러 규모의 자체 기금을 조성키로 합의했다.

미국 금융위기 소식으로 15일 아시아와 유럽 증시의 주가지수는 급락했다. 이날 인도의 센섹스 지수가 3.3% 하락했고, 대만의 가권 지수는 4.1% 떨어지면서 2년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금융주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대만 최대 금융 지주회사인 캐세이 파이낸셜의 주가는 6.9% 떨어졌다.

영국 런던증시의 FTSE 지수와 독일의 DAX 지수도 2~3% 떨어졌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개장 초기 2%가량 하락하며 거래를 이어갔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세계적인 금융시장 위기의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미국 경제는 장기적으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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