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육성방안 무엇이 문제인가-안이한 발상 출국세 검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7.10 관광산업 육성대책」은 너무 서두른 구석이 많다.관광객과 관광수지에 대한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해외 여행객에 대한 「출국세」징수와 같은 안이한 발상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관광진흥개발기금 징수 방안은 우선 그 부과 대상인 단순관광객을 가려내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반발을 무릅쓰고 출국세를걷겠다는 것은 관광산업육성에 필요한 재원조달이 주목적이다.
이 제도는 93년에 도입하려다 새로운 세금을 만드는 격이란 지적에 따라 철회됐었다.말이 좋아 관광진흥개발기금이지 사실상 출국세 성격의 준조세다.
1인당 25~37달러로 다른 나라(미국 6달러,캐나다 12달러,뉴질랜드.덴마크 22달러)에 비해 부담이 크다.
올초까지만 해도 2000년에 55억달러 정도의 관광수지 「적자」를 걱정했던 문화체육부는 이번 대책에서 15억달러 「흑자」로 바꿨다.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잘 치르고 월드컵 유치 홍보와 함께 이번 대책을 잘 이행 하면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불과 몇달 사이 70억달러가 움직였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발길이 줄어든 것은 단지 관광호텔 객실이나 관광 유원지가 부족해서만은 아니다.바가지 요금에다 비싼 비용에 비해 서비스가 엉망이고 관광지로 연결되는 길이 막히기 때문이다.전반적으로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소 득수준이낮은 동남아국가보다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따라서 그 대책은 불필요한 규제 완화와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야 바람직하다.그런데 7.10 대책은 큰 방향이 구태의연하게 여전히 「금융.세제 지원」수준을 맴돌고 있다.
과거 개발연대에 했던 것처럼 무슨무슨 시설을 늘리고 기금을 지원한다는 식이다.
정작 중요한 바가지 요금을 없애기 위한 가격체계 합리화 정책이 빠져 있다.여행수지 적자의 큰 요인 가운데 하나인 연간 10억달러에 이르는 유학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도 없다.
꼭 무슨 특별법을 만들어 해결하겠다는 것도 바른 방향으로 보기 어렵다.이번 대책에는 「관광숙박시설지원특별법」 제정도 들어있다.이런 식이라면 거의 모든 사업에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도 정부가 뒤늦게나마 「굴뚝없는 산업」으로서의 관광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한 것은 다행이다.
그렇다고 관광호텔에 교통유발부담금까지 감면(50%)해주는 것도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이런저런 지원이나 감면으로 어떤 산업이 금방 경쟁력을 갖기는어렵다. 또 그런 식이라면 여기저기서 「우리도 어려우니 기금을만들어 싼 이자로 지원해주고 부담금을 깎아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관광호텔에 외국 인력을 들여오겠다는 것도 엉뚱한 방향이다.우리 스스로 관광산업등 서비스업에 대한 인식을 바꿔가면서 인력을 양성하고 경쟁력을 갖춰가야지 「언어상 불편을 덜고 호텔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외국인 종업원의 취업 기회를확대하겠다는 방안은 잘못하면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관광시설용 부동산 취득에 대한 규제완화와 자연보전권역안 관광지 조성사업규모 확대방안등은 당초 취지에 맞게 시행되는지에 대한 세밀한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다.자칫 부동산투기나 환경훼손의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대책에서 당초 문화체육부가 요청했던 ▶관광사업에 대해서도 상업차관 허용 ▶특1급 호텔에 대한 예식장영업 허용 ▶호텔사우나등에 대한 재산세 중과(重課) 완화 방안등은 검토과정에서 빠졌다.
양재찬.하지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