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행정 배려로 5700만弗 외자 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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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이 수천만달러의 외자 유치를 불러왔다. 도청이 외국업체를 위해 진입로 문제를 해결해주고, 여기에 감동한 외국업체들이 잇따라 투자를 해온 것이다.

경기도청 투자진흥과 황성태 과장은 지난해 10월 델파이 코리아에 찾아갔다. 당시 경기도 용인에 기술연구소 건설을 고려 중이던 델파이에 투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다. 델파이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미국 자동차 부품회사다.

델파이 코리아 김태석 상무는 黃과장에게 "연구.개발(R&D)센터를 한국으로 끌어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연구소 후보지로 점찍어 놓은 6000평 규모 부지 앞의 진입로를 도로공사가 매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진입로 부지가 다른 곳에 팔린다면 연구소에 들어가는 유일한 도로가 막히게 된다. 이 때문에 델파이 본사는 조건이 유리한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도청은 이 같은 애로사항에 민첩하게 대응했다. 손학규 지사가 직접 현장에 나가 인근 지역을 살펴보고 대책 마련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총 면적 1400평에 길이 100m인 도로 용지를 경기도청에서 직접 사 길을 내주기로 했다.

델파이 코리아 측은 이런 내용을 미국 디트로이트 본사에 보고했다. 또 지난 18일부터 25일까지 미국을 방문한 경기도 투자유치단이 델파이의 J T 바텐베르그 회장을 만날 수 있도록 주선했다. 바텐베르그 회장은 孫지사에게 감사의 뜻으로 감사패를 증정했다. 2200만달러를 투자해 기술연구소를 용인에 짓기로 확정, 양해각서(MOU)도 맺었다.

이 내용을 전해들은 디트로이트의 다른 부품업체들도 경기도에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자동차 부품부문 점유율 세계 6위의 존슨 컨트롤스와 세계 10위의 TRW가 각각 1000만달러와 2500만달러를 투자해 경기도에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다. 이들 업체 관계자는 "이처럼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기업을 지원해줄 수 있는 환경이라면 우리도 믿고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주연 기자

<델파이 투자유치 과정>

-2003년 중반:델파이, 경기도 용인에 기술연구소 후보지 검토

-2003년 10월:도로 매입문제로 경기도청에 민원 접수

-2003년 11월:손학규 경기도지사 현장 시찰 및 대책마련 지시

-2004년 3월:경기도 '특수시책보증금'으로 도로부지 매입 결정

-2004년 4월:델파이 바텐베르그 회장과 기술연구소 유치 양해각서 체결, TRW.존슨 컨트롤스 등 다른 부품업체 투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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