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식량없어 부모 내쫓기도-5월脫北 귀순한 정순영씨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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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장기간 지속된 식량난으로 북한사회는 점차 사회윤리 감각이 마비되고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정글의 법칙만이 통용하는 「무법사회」로 변하고 있다.
다음은 미용사 출신으로 아들 박철(15)군과 딸 영미(9)양을 데리고 지난 5월말 북한을 탈출한 鄭순영(37.여)씨가 증언하는 북한주민의 생활상이다.
『나의 고향인 강원도 통천군의 경우 지난해 3월부터는 배급이완전 중단됐다.굶어죽는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다.
내가 속한 인민반에는 총 23가구가 있다.올 1월과 3월 두가족이 굶어죽는 사건이 발생했다.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며칠간 기척이 없어 동네 아주머니가 그집 아주머니를 찾으려 하니까안에서 문이 잠겨있었다.문을 따고 들어가보니 아버지.어머니.아이 셋이 가지런히 누운 상태로 죽었다.
아버지.어머니.큰아이 네살.작은아이 한살인 가족도 똑같은 방법으로 죽었다.문을 안으로 잠그고 죽는 것은 독약등을 먹고 온가족이 함께 죽기 위해서다.전국 각지에서 굶어죽는 일이 많다.
통천은 그래도 낫고 자강도가 제일 많다.역 대합실 에 가면 죽어 넘어져있는 사람이 즐비하다.
식량난 때문에 자기 부모도 배척하고 나가라고 싸움한다.그런 부모들은 원통한 나머지 물에 빠져죽고 목 매달아 죽기도 한다.
심지어 어린애를 버리기도 한다.도둑놈도 많은데 특히 군인들이 도둑놈인 경우가 많다.훔치다 들키면 무조건 흉기를 가지고 죽이고 도망친다.
이때문에 김정일(金正日)이 범죄자에 대한 총살 지시를 내려 지난해 11월1일부터 전국 각처에서 공개총살이 실시됐다.통천군에 22세의 김순남이란 사람이 집에 있는 닭과 오리를 묶어놓으려고 길가에 잘라져 있던 통신선 30를 걷어 왔다 가 그 죄로총살됐다.안전원 3명이 나와 9발씩 쏘는데 총에 맞아 온몸에 피가 쫙 뻗쳤다.이 광경을 보던 주민들이 모두 울었다.』 鄭씨는 또 『지난 3월말께 원산 조선소내에 건설된 「김일성 영생탑」이 폭파된 사건이 발생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영생탑은 김일성(金日成)을 기리기 위해 지난 94년 10월 김정일의지시로 북한 전역에 세워진 탑중 하나다.
현대그룹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과 같은 고향인 강원도 통천군출생인 鄭씨는 鄭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정확한 촌수는 모르지만지난 89년 1월 鄭회장 방북 당시 보위부에서 친척이라고 해 다른 친척들과 함께 鄭회장을 보았다』고 말했다 .
鄭씨는 귀순뒤 관계당국의 주선으로 鄭회장과 만났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그룹 문화실 박일권(朴一權)이사는 鄭씨와 鄭회장간 친척관계에 대해 『사실여부를 확인중이어서 아직 부인도,시인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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