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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칼럼>등산복의 기능과 멋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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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등산복에는 제복이라는 개념이 없다.처음 등산하는 사람들은 등산복을 군복처럼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등산이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는 것처럼 등산복도 어떤 옷을 입고 산에 올라야 한다는기준은 없다.그러나 산행에 불편을 주는 비기능적 인 옷은 등산복으로 적당치 않다.기능과 용도,그리고 멋스러움이 조화된 의류가 가장 이상적인 등산복이다.헌옷이나 주워입고 산에 오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물자가 궁핍했던 1930년대에 선배 산악인들은 억센 야성의 모습을 드러내 보이려 고 헌옷을 고쳐 입고 다녔다. 산적인지,거지인지 구별하지 못할만큼 허름한 모습을 멋으로 알고 다니던 시대였다.
6.25후에는 미군용 전투복이 등산복으로 대용됐던 군수품 전성시대였다.이 때는 군수품 단속을 피하느라 헌병 검문소만 봐도도망치던 시절이었다.
70년대 이르러서는 유럽풍의 고전적인 멋을 풍기는 「니커보커스」바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니커스바지 위에 하얀 눈송이무늬의 검정 스웨터를 받쳐입고 티롤모자를 쓰면 유명 산악인 가스통 레뷔파(프랑스)를 연상케 하는 멋스러움이 풍겼다.스포츠 클라이밍의 열기가 확산된 80년대부터 등산복도 디자인.색상을 중요시하기 시작했다.신소재 개발과 함께 멋과 기능을 조화시킨 등산복이 선보이게 된 것이다.
요즈음의 등산복들은 기능이 강조된 쪽으로 치우치고 있다.신축성이 좋아 일명 「쫄바지」라 불리는 스판 종류의 바지나 클라이밍 타이츠가 유행하고 있다.
클라이밍 타이츠는 여성이 착용했을 때 각선미가 돋보여 보기에도 좋다.그러나 남성들이 입으면 흉할 뿐 아니라 혐오감마저 불러일으킨다.
이런 차림새로 등산객들이 붐비는 등산로에 서슴없이 나서는 행동은 자제돼야 한다.용도에 알맞게 암벽등반 때만 착용하는 것이바람직하다.
산을 패션쇼 무대로 착각하는 여성도 있다.무릎까지 올라가는 짧은 타이츠차림에 요즘 유행하는 배꼽티를 입고 등반하는 모습은가관이다.숲을 지나다 뱀에 물리거나 암벽등반을 하다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외국의 여성 클라이머를 흉내낸 이런 모습은 우리의 정서에도 어울리지 않을 뿐 아니라 등산복의 용도를 왜곡하는 한심한 작태다.노출이 심한 여름이 되면 자주 보게돼 고개를 들고 다니기 민망할 때가 많다.
그런가 하면 한여름철 방풍의를 입고 땀을 뻘뻘 흘리거나,뻣뻣하고 무거운 청바지에 긴 스타킹을 올려신고 산행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멋진 산악인이 되기 위해서는 유행과 함께기능적인 등산복을 선택하는 안목도 길러야 하겠다 .
이용대 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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