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캐나다 베이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소련과의 냉전이 종식되면서 할리우드가 액션물이나 첩보물에 등장시킬 적이 사라져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고백이 심심찮게나오고 있다.
외계인.자연재앙.내부의 배신자등을 등장시키고 있지만 소련만큼현실적이고 가시적인 적이 아니어서 재미가 전만 못하다는 것인데,바로 이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이용한 풍자 코미디가 『캐나다 베이컨(Canadian Bacon)』(영성) 이다.
남미 독재를 지원한 것도 미국이며 그걸 영화로 만들어 재미를본 것도 미국이라는 한탄이 있었듯 소재빈곤의 고민까지도 영화로만드는 아이디어는 「역시 할리우드」다.
엉뚱한 상황.대사도 일품이지만 영화를 많이 본 이들을 위한 개그 서비스도 만만치 않아 확실한 웃음을 보장한다.
소련과의 화해무드로 무기공장 해커사가 문을 닫자 실직자들은 나이애가라 폭포에 투신자살하고 경찰은 시체를 건져 포상을 받으며 회사는 무기를 시민들에게 세일한다.
해커사장은 인기하락의 대통령(알란 알다)과 보좌관(케빈 폴락)에게 소련과의 냉전을 재개하자고 부추기지만 소련대표는 배급받기 위해 줄서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만 축내다 간다.
호메이니.흐루시초프.마오쩌둥도 죽었고 카다피와 카스트로는 미국에서 밑바닥 생활중이니 누구를 적으로 삼지? 고민끝에 북미를차지하고 있는 캐나다가 깨끗하게 잘산다고 트집을 잡는다.
미국인들이 종일 앤 머레이(캐나다가수)노래나 들어야겠느냐며 언론이 연일 캐나다를 욕해대자 애국심 과잉 시민(존 캔디)이 캐나다에 쓰레기를 갖다버리는 소동을 일으킨다.
(비디오평론가) 옥선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