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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동포 비참한 삶 너무 무심하지 않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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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북한 용천역 열차 폭발 사고로 수많은 피해자가 속출했고 무방비로 방치돼 있는 그들을 도우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 북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대학생으로서 빈곤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빈곤(아동)의 결정체로 북한 어린이에 대한 자료를 많이 접하게 됐고, 북한의 현실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 또 처참한 북한의 생활을 소개하면서 그들이 인육(人肉)을 먹는다는 사실을 보도한 MBC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러한 주민들의 삶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 나라의 독재자는 자신의 아버지 시신에 상상을 초월한 돈을 들여 방부제를 퍼부으며 배불리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풍요로운 이 시대에 인육이 웬 말이며, 아사자(餓死者)가 웬 말인가.

사실 빈곤에 대한 공부를 하기 이전에 분단된 이 땅의 양심 있는 대학생으로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나름대로 신빙성 있는 책도 찾아보고, 객관적인 자료도 접하면서 북한의 현실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런데 그 현실이 너무나도 끔찍하고 처참하다는 사실을 알아가면서 학생으로서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에 대해 무척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대한민국 국민이 북녘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 처참함에 대해 관심이 적다는 것이었다. 북한 실태에 대한 우리 국민의 무관심 정도가 생각보다 심각함을 체험하면서 가슴 깊이 느꼈던 안타까움을 뒤로 했다가 다시금 빈곤 공부를 하면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북한의 처참한 문제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나마 요즈음 용천역 폭발 사고로 북한의 심각한 의료 실태 등에 대한 이야기가 불거지고 있고 이에 따라 국내외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왜 이제야, 대형 사고가 난 이제야 관심을 갖는 것인지 모르겠다. 소녀가장이 생활고로 자살하고 나서야, 왕따로 힘겨워 하던 학생이 소중한 목숨을 끊고 나서야 관심을 갖고 도움의 손길을 뻗는 이 사회와 사람들을 보면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그렇지만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누군가의 희생으로 인해 뒤늦게라도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려는 양심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면 아직은 세상이 메마르지 않았다 싶어 안도의 한숨이 쉬어진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북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구호활동을 활발히 해 평화통일을 이룩하는 데 커다란 밑거름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정운진(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