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짓기교실>3.주제와 소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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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 편의 시조는 대체로 「무엇」을 표현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으로부터 비롯된다.그러나 어떤 충동이나 계기만으로 시조가 되는것이 아니며 시조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시조를 쓰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킨 체험적 사실이나 생각 또는 감정을 바탕으로 주제를 한정하고 고정시켜야 비로소 바라는 시조를 쓸 수 있게 된다.
주제를 설정하는 기준이나 요령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첫째,독창적인 주제여야 한다.독창적이란 곧 새로움을 뜻하며 새롭지 못한 주제는 신선한 감동과 깨달음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구체적인 주제여야 한다.강렬한 주제 의식에 따라 주제의범위를 구체화하고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집약화함으로써 깊은 감명을 줄 수 있으며 선명한 의미(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제재가 풍부한 주제여야 한다.아무리 놀랍고 훌륭한 주제라도 그것을 형상화(구현)시켜 나가는데 필요한 재료가 없을 때는 그 작품을 완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시의 주제가 되는 시적 상념은 모든 사물에 대한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는데서 비롯한다.베르그송이 말한 시적 정서는 우리들이일상적으로 체험하는 실재나 실존을 직접 접촉하면서 느끼는 고조된 감정이어야 한다는 것도 위에서 내린 말과 일 맥 상통한다.
깨끗한 눈으로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아야 시적 대상을 인식할 수있다. 그리고 시조를 만드는 소재 즉 제재란 작자(시인)에게 감동을 준 사물들이 된다.시상이나,시정이나,시흥도 사실 시인이현실의 삶 속에서 만나고 겪은 여러가지 사물들이나 현상들 가운데서 얻어진 것이다.그 어떤 충격적인 감동이나 영향으 로 인하여 시작의 동기가 마련되는 것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다.
그러니 모든 사물과 현상들이란 그대로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오직 의미를 찾으려는 사람들에게만 새롭고 무한한 의미를 전달해 준다.
그러므로 시조를 쓰고자 하는 이들은 통념적인 생각과 평면적인지각에서 벗어나 개성적인 눈으로 모든 대상(자연.인간.현실)을관찰하고 투시하는 감성훈련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제현〈경기대교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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