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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마다 "유상철·박지성 얼른 모셔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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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밤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벌어진 파라과이 축구대표팀 초청 평가전에서 한국의 유상철이 파라과이 수비수 톨레도를 제치고 문전대시하고 있다. 유상철 뒤로 송종국이 보인다. [인천=연합]

그들의 원래 이름은 '땜방'이었다. 수비에 구멍이 나면 메우고, 미드필드가 비면 그 자리에 채워넣어졌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거치면서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멀티플레이어. 어느 위치에 세워도 제 몫을 해내는 멀티플레이어는 감독이 바뀌어도 늘 상종가다.

박성화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대행은 28일의 파라과이전 선발 멤버를 구상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4-4-2 포메이션을 쓰고는 싶은데 최전방 공격수로 세울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한 자리는 안정환(요코하마)에게 맡기면 되지만 다른 한 자리의 적임자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박대행의 고민을 덜어준 것은 유상철(요코하마)이었다.

유상철이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맡아보지 않았던 포지션은 딱 하나뿐이다. 바로 골키퍼다. 소속팀에서는 측면 수비수를 맡고 있지만, 움베르투 코엘류 전 감독 부임 초기에는 중앙수비수도 맡았다. 대표팀에서 공격형 및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뛰었다. 공격수는 두말할 필요 없다. 현 대표팀에서 A매치 최다골(17골)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역시 현역 시절 멀티플레이어였던 박대행은 "멀티플레이어 덕분에 다양한 전술 시도가 가능하다"며 "그러니 감독들이 멀티플레이어를 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유상철을 염두에 둔 얘기였다.

감독들이 유상철만큼이나 선호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박지성(아인트호벤)이다. 최근 대표팀과 올림픽팀 사이에서는 박지성을 두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흘렀다. 박지성을 잡기 위해서였다. 결국 박지성은 친선경기(파라과이전) 대신 올림픽 예선경기(중국전)에 출전하게 됐다. 김호곤 올림픽팀 감독은 박지성 얘기만 나와도 빙긋 웃는다.

박지성의 포지션은 미드필드 전체다. 김호곤 올림픽팀 감독은 "박지성은 플레이 메이커로 놓았다가 측면이 좀 허술하다 싶으면 측면 미드필더로 돌릴 수 있고, 그러다 수비 보강이 필요하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도 된다"며 "선수 교체 없이 전술 변화를 할 수 있으니 얼마나 경제적이냐"고 반문했다.

최근에는 붙박이 윙백으로 뛰지만 유상철처럼 골키퍼만 빼고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대표팀의 송종국(페예노르트), 그리고 측면 미드필더와 중앙수비수를 오가는 올림픽팀의 김동진(서울)도 감독들이 선호하는 멀티플레이어들이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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