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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허브 꿈 이루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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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청이 지난달 출범했다. 경제자유구역에 국제적인 기업환경을 조성하고 외국자본과 기업을 유치하려는 활동이 본격화된 셈이다. 마침내 동북아의 물류 및 비즈니스 허브로의 도약이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청은 2020년까지 부산 강서구와 경남 진해시 일원에 항만물류와 유통 및 첨단산업을 유치하는 특구를 개발할 예정이다. 특구 내에선 외국기업의 활동에 불편이 없도록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세금 50% 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도 부여한다.

3154만평에 달하는 경제자유구역의 개발사업은 총 3단계로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첫 단계인 2006년까지는 부산신항의 컨테이너 부두(6선석)와 배후물류단지(22만평)를 조기완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배후 수송망 구축, 다국적 물류기업 유치 등의 사업도 추진한다.

이어 2010년까지는 배후철도.경전철 등 교통체계 구축과 주거단지.국제업무단지 등 외국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시설들을 완공한다. 마지막으로 2020년까지는 신항배후지의 남측지역을 개발하고 지사지역과 웅동지역의 물류-유통 및 주거단지를 단계적으로 조성한다. 그리고 이 기간 중 26조6000억원을 투입, 152만명의 고용과 95조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거두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청의 출범과 그 향후 사업들은 이처럼 희망찬 장밋빛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과연 계획된 사업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동북아의 허브라는 목표가 잘 달성될 수 있을까.

사실 동북아 물류센터의 구축이라는 경제자유구역청의 목표는 그렇게 간단히 넘볼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기존의 동북아 물류 허브인 홍콩.싱가포르, 새롭게 위협적인 상대로 등장한 상하이(上海)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 여건도 어렵다. 부산항은 이미 컨테이너 처리 물량에서 상하이에 세계 3위의 자리를 내주고 5위로 밀려나 있다. 그리고 부산.경남은 낙후된 산업구조 등 경제여건도 좋은 편이 아니다. 출발 역시 경쟁상대는 말할 것도 없고 여건이 비슷한 인천보다도 늦다.

그렇다면 이제 막 걸음을 뗀 경제자유구역청이 성공하기 위해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먼저 재정을 확보하는 일이다. 경제자유구역청의 경상경비 및 사업경비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2020년까지 필요한 순수 추가 사업비(7조6902억원) 중 32.3%는 민자와 외자를 유치해 충당해야 한다. 결국 자본 유치가 사업성공의 관건인 셈이다.

다음으로 조직을 정비하는 일이다. 경제자유구역청의 직원은 모두 지방자치단체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이다. 과연 이러한 조직과 인력만으로 민자 및 외자를 조달하고 기업을 유치하는 마케팅 활동을 잘할 수 있을까. 민간의 창의력과 상업성을 최대로 살릴 수 있도록 인사와 재정을 독립시켜 더 유연한 조직을 만드는 문제를 심각히 검토해야 한다.

끝으로 경제자유구역의 개발시기를 재검토해야 한다. 이미 동북아의 경쟁 상대들은 보다 자유로운 제도의 배후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른 시간 내에 비교우위를 확보하지 않으면 외국자본과 기업을 유치하기가 어려워진다. 앞으로 2~3년이 성패를 결정짓는 고비다. 개발계획을 세심하게 검토해 시기를 최대한 단축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아시아 각국 도시들이 동북아 물류센터로서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모두들 꼭 이겨야 할 생존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이 성공적으로 조성돼 우리 국토에서 동북아 허브의 꿈이 실현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이철영 해양대 교수 물류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