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 뇌자 들어간 병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이 10일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비공개로 진행되는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안성식 기자]

 10일 오후 3시 국회 본관 6층의 국회 정보위 회의장 앞.

내신 기자들뿐만 아니라 외신 기자들도 몰려들어 오후 내내 북적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 세계에 타전된 이후 한국의 최고위 정보 책임자인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이 처음으로 관련 보고를 하러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세 시간여 보고가 진행되는 동안 정보위원들이 회의장 밖으로 모습을 보일 때마다 취재진이 에워쌌다. 한마디라도 더 듣기 위한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김 위원장의 근황은 그 정도로 초미의 관심사였다.

한나라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보고가 끝난 뒤 “국정원이 최근 김 위원장이 순환기 계통에 이상이 발생해 치료를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 이에 대한 정밀 검증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지금은 집중적으로 치료를 해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는 첩보도 있다고 한다”는 정도만 전했다.

김 원장의 보고는 그보단 자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익과 관련이 깊은 대목에선 말을 아꼈다고 한다. 복수의 정보위원이 전한 김 위원장의 근황은 이렇다.

◆뇌출혈·뇌경색 못박지 않아=김 원장은 이날 뇌출혈·뇌일혈·뇌졸중 등의 표현을 섞어서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은 “뇌(腦)자가 들어간 병명”이라고 전했다.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진 건 맞으나 뇌출혈 때문인지 뇌경색 때문인지는 못박지 않은 셈이다.

쓰러진 시기와 관련해서 김 원장은 김 위원장이 공개 석상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게 8월 14일이란 점을 거론했다고 한다. 민주당 간사인 박영선 의원은 “발병은 8월 14일 이후”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병 초기 상태에 대해선 김 원장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보위원들은 “의식을 잃거나 언어 마비가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뇌수술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외국 의료진의 도움도 받았다고 한다.

◆“국가통제력을 잃지 않고 있다”=김 위원장의 현 상태에 대해 다수의 정보위원들은 “호전됐다”거나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고 전했다. 이철우 의원은 “언어엔 전혀 장애가 없다. 움직일 수도 있다. 상태가 상당히 호전됐다”고 말했다. 정보통인 그는 개인 의견이란 전제를 달고 “(북한이) 9·9절 행사를 오전에 하려다 미룬 건 (김 위원장의) 건강이 그리 나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 위원장이) 참석을 타진한 게 아닌가 한다”고 분석했다.

한 정보위원은 “중요한 건 김 위원장의 건강이 심각한 상황이 아니란 점, 국가 통제력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권력 공백기는 없다”고 전했다.

고정애·김정하 기자 , 사진=안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