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 축구’… 죽다 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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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010 남아공 월드컵으로 향하는 첫 단추를 엉성하게 뀄다. 최종예선 첫 경기, 게다가 상대는 북한.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였지만 ‘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졸전이었다.

한국이 10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에서 북한과 1-1로 비겼다. A매치(국가대표 간 경기) 두 번째인 기성용(19)의 동점골이 없었다면 ‘축구장에 물을 채울’ 뻔했다.

한국은 원톱 조재진을 중심으로 김치우·최성국이 좌우에서 공세를 폈지만 후반 중반까지 한 차례도 북한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전진 패스보다 백 패스가 많았다. 공격 루트는 단조로웠고 역습을 전개하는 템포도 늦었다. 오른쪽 풀백 오범석이 측면을 예리하게 파고들었지만 문전 처리 미숙이라는 고질병이 발목을 잡았다.

개인 기량에서 한국에 뒤지는 북한은 많게는 8~9명이 수비에 가담했다. 그러면서도 역습 기회에서는 날카롭게 한국 진영을 파고 들었다. 잔뜩 웅크린 채 전반을 무실점으로 막더니 후반 들어 공세를 강화했다.

북한은 후반 14분 홍영조의 슈팅에 이어 1분 후 문인국이 완벽한 찬스에서 오른발 슛으로 한국을 위협했다.

허정무 한국 감독은 후반 17분 서동현·이천수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지만 전세는 바뀌지 않았다. 결국 후반 19분 선제골을 허용했다. 김남일이 한국 문전에서 로빙 패스를 받으려는 홍영조에게 불필요한 파울로 경고를 받으며 페널티킥을 내줬다. 홍영조가 침착하게 성공시켰고 한국은 0-1으로 뒤지며 패전 위기에 몰렸다.

한국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동점골은 의외의 선수가 터뜨렸다. 한국팀 막내 기성용은 후반 24분 김두현의 패스를 아크 정면에서 받아 가슴 트래핑 후 오른발로 슛을 날렸다. 북한 골키퍼 리명국이 몸을 던졌지만 공은 골문 왼쪽 구석을 꿰뚫었다.

이날 무승부로 한국은 올해 치른 네 차례 북한전을 모두 비겼다. 한국은 다음달 15일 아랍에미리트(UAE)와 2차전을 치른다. 북한과는 내년 4월 5차전에서 재격돌한다.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한국은 북한·UAE·이란·사우디와 같은 B조이며 조 2위까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한다.

상하이=최원창 기자

 ◆허정무 한국 감독=내용과 결과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 밀집 수비를 제대로 뚫지 못했다. 골 결정력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경기를 하다 보면 기복도 고비도 있다. 북한을 약체로 보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쉽다. 원정에서 비겼다고 실망하지 않는다. 우리는 본선에 갈 것이고 역량도 충분하다. 기성용 등 젊은 선수들을 얻은 건 소득이다. 이란·사우디·UAE 등 중동 팀을 꼼꼼히 분석, 대책을 세우고 있다.

◆김정훈 북한 감독=승점(3점)을 얻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 선수들이 잘 싸웠고 만족한다. 무더운 중동에서 한 차례 경기(6일 UAE전)를 치러 체력 소모가 많았다. (체력) 상태가 좋았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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