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사관계와 기업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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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가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변형근로시간제 등 고용관련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고금리.고지가.고임금에 바탕,고비용.저효율구조인 우리경제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기업의 경쟁력을높이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다.기업이 살아야 근로자도 살고 국가도 산다는 기본원칙은 어떤 논리로도 바꿀 수 없다.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살찌는 시대는 지나갔다.노사간 협력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특히 노사 양쪽에서 첨예하게 대립할 정리해고제나 근로자파견제는 참여와 협력을 통한 신노사관계 원칙에서 본다면 결코 뜨거운감자여선 안될 국제적 기준의 고용제도다.이미 국내엔 파견근로자를 송출하는 1천여 용역회사가 있다.법이 없으니 이들의 권익을보장할 방법이 없다.그런데도 재야 노조가 앞장서 이 법의 도입을 막고 있다.국제노동기구(ILO)협약에서도 노조 파업시 대체근로자 투입은 허용하고 있어 국제법 기준과 비교해도 형평이 맞지 않는다.
미국 등 선진국에도 정리해고제는 상식화돼있다.예컨대 두개의 은행이 합병했다면 하나의 은행이 두개 은행의 종업원을 모두 끌어안고 타 은행과 경쟁할 수는 없게 된다.은행경영의 합리화를 위해 정리해고제를 어쩔 수 없이 적용할 수밖에 없 다.물론 문제도 예상된다.툭하면 기업주가 경영합리화를 내세워 감원한다면 어쩌나 하는 근로자의 불안이 그것이다.이런 악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물론 둬야 할 것이다.또 이젠 고용보험제를 실시하게 됐으므로 사후보장 장치도 어느 정도는 마련된 셈이다.
기업의 경쟁력이 곧 근로자의 경쟁력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긴요하다.이런 발상의 전환으로 신노사관계 차원에서 새 고용제도의 도입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법개정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민주노조가 세몰이로 해고자복직까지 밀어붙였으니 재계도 맞대응으로 정리해고제를 들고나온다는 대결구도로 이 문제를 몰아가서는 곤란하다.어디까지나 기업의 경쟁력이 노사관계의 일치된 목표라는 합의아래 신노사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 제도 도입이 논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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