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무승부는 없다 … 공격 앞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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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번엔 “축구장에 물 채워라”는 말이 안 나올까.

절망의 끝에서 새 희망을 보여줄 때가 왔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10일 오후 9시(한국시간) 중국 상하이 훙커우 스타디움에서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상대는 올해 세 번 만나 모두 승부를 가리지 못한 북한이다. 북한의 스트라이커 정대세(24·가와사키)는 “우리가 무조건 이긴다. 득점할 자신 있다. 세 번 비겼으니 이번에는 승부를 보겠다”며 결전을 기다리고 있다. 북한은 이번에도 촘촘한 수비에 이은 역습으로 골을 노리는 5-4-1 포메이션을 준비했다.


허정무팀은 허둥지둥하고 무기력하던 모습을 지우고 화끈한 경기로 축구팬에게 어필해야 한다. 한국은 6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르는 동안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져본 적이 없다. 개최국으로 자동 진출했던 2002 한·일 월드컵을 제외한 5차례 첫 경기에서 4승1무(10득점· 1실점)였다. 전통을 살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어느 때보다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2002 월드컵 이후 각급 대표팀은 번번이 실패했고 베이징 올림픽 8강 진출 실패는 결정타였다. 최근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가 500명의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보면 ‘외국인 대표팀 감독을 영입하자’(41.1%)는 의견이 ‘국내 지도자에게 맡기자’(30.2%)는 의견보다 훨씬 많았다. ‘국내 지도자에게 기회를 주자’던 1∼2년 전 여론이 역전된 것이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 허 감독은 ‘공격 앞으로’를 선택했다. 고기구(전남)-조재진(전북)-박주영(모나코)이 맡았던 원스트라이커 자리에 신영록(21·수원)을 낙점했다. 5일 요르단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초짜 킬러지만 상하이에 도착한 후 신영록이 보여준 골감각은 하늘을 찌른다. 그는 정대세와의 대결에 대해 “나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며 골을 약속했다.

허 감독은 왼쪽 풀백이던 김치우(25·서울)를 왼쪽 윙포워드로, 수비형 미드필더인 기성용(19·서울)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우며 고정관념을 깬 파격을 선택했다. 숨어있던 이들의 공격 재능을 활용해 북한의 틈새를 노리겠다는 작전이다. 이천수(27·수원)는 후반 히든카드로 준비한다. 몸살을 앓았던 그는 정상 훈련을 소화하며 출격 준비를 마쳤다.

9일 오후 열린 양 감독 기자회견에서 허 감독은 “북한의 UAE전 승리를 축하한다. 우리도 첫 경기가 중요한 만큼 반드시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훈 감독도 “상대가 선수 구성이 크게 달라졌어도 우리가 준비한 수법대로 경기를 하면 된다. 반드시 승점 3점을 올리겠다”고 맞받아쳤다.

상하이=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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